산모에 지원금, 의사 업무 경감.. 산부인과 살려낸 일본
지난달 12일 일본 시즈오카현의 중소도시 하마마쓰의 '버스센터(Birthcenter)'에서 만난 시즈미 하루나(淸水 春葉·26)씨는 4일 전 낳은 첫 아들을 안고 있었다. 버스센터는 의사가 아닌 조산사가 출산을 돕는 시설로, 주로 35세 미만 임산부나 고혈압, 당뇨 등 위험이 적은 임산부가 주로 이용하고 있다.
시즈미씨는 "첫 출산이라서 두려움이 컸는데, 남편과 부모님이 함께 있는 가운데 같은 여성인 조산사가 아이를 도와줘서 편하게 낳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기 엄마에게 예기치 않은 사고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바로 옆에 위치한 병원 산부인과에 태아 모니터가 연결돼 있고 의사가 달려와 즉시 대처할 수 있다. 하마마쓰시 전체 임신부 네 명 중 한 명은 버스센터에서 아이를 낳는다.
하마마쓰시의 산부인과는 의사 숫자가 줄어들자 협의를 통해 분만병원을 1990년 당시 9개에서 현재 4개로 통폐합하는 대신, 클리닉 등 소형진료소와 병원 간 협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간단한 산전 진찰이나 출산 전까지 관리는 클리닉에서 받고, 분만은 버스센터와 병원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분만의사의 업무를 줄인 것이다. 가나야마 나오히로(金山 尙裕) 하마마쓰대 산부인과 교수는 "예전에는 한 병원당 연 200~300건 분만했지만 이제는 한 병원에서 2000건가량 분만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쇼크를 먼저 겪은 일본은 산부인과 의사 부족 문제 역시 우리보다 앞서 겪었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 분만 기피 등으로 인해 1993년 4286개였던 분만 병원(소형 진료소 포함)은 2008년 2567개로 줄었고, 2004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101명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는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2100억엔, 우리 돈으로 약 3조원 가까운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분만 비용 등을 현실화하고 국가 지원을 늘렸다. 정부와 병원이 분만의사에게 분만 한 건당 1만엔(야간에는 2만엔 추가)을 지급했고, 출산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산모들에게 분만 지원금 39만엔을 준다. 또 분만 시 임신부가 내는 뇌성마비 의료사고배상보험금 3만엔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뇌성마비 아이가 태어나면 보험금 3000만엔을 20년간 분할해 준다.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한 지원도 늘렸다. 해당 지자체에서 5년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산부인과에 진학하는 의대생 90~100명에게 월 5만~10만엔(75만~15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또 출산한 여성 의사의 복직 비율을 높이기 위해 베이비시터 비용 등을 지원하고, 여성 의사 3명이 일반 의사 2명의 역할을 하는 잡 셰어링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일본산부인과학회도 2007년부터 매년 의대생을 대상으로 '서머스쿨'을 개최해 산모 마네킹 출산 체험, 쥐 난자에 인공수정 체험 등 산부인과 현장을 직접 겪어보도록 하고, 같은 지역 선후배 간 멘토링도 주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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