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60초 서비스' 소비자들 냉랭한 반응

곽희양·박순봉·유희곤 기자 2012. 7. 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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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까지..알바가 기계야"

17일 낮 12시10분 서울 중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120명이 넘는 손님들로 북적대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직원들은 3개의 계산대 앞에 각각 3~5명씩 줄서 있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계산대에는 '주문 후 60초 안에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아시아 쉑쉑 칠리 후라이드 공짜'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맥도날드가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시작한 '도전 60초 서비스'다.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하고 직원의 권유대로 60초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모래가 절반이 조금 넘게 떨어진 후 "주문한 거 나왔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시간 광진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도 주문받는 직원 2명과 음식을 만들고 나르는 직원 5명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씨(25)는 "점장이 본사에서 하는 프로모션이라고 매일 상기시킨다"면서 "하필 제일 바쁜 점심시간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19)는 "60초 서비스라는 말을 들으면서 '아 또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60초가 넘으면 매장이 손해라도 볼까봐 긴장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 행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한 달 정도 이어지면 지칠 것 같다"고 말했다.

비교적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직원도 있다. 서울 중구의 한 매장에서 일하는 김모씨(34)는 "원래 60초 안에 음식을 제공하게끔 돼 있어 하던 대로 하면 된다"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있는 매장에서 일하는 조모씨(21) 역시 "보통 60초 안에 음식이 나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행사에 대해 모르거나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광진구의 매장을 찾은 대학생 김모씨(20)는 "음식 나오는 데 60초가 넘는 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아르바이트생만 힘들게 하는 대기업의 상술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용욱씨(30)도 "음식 나오는 시간이 지나치게 늦는다면 문제지만 굳이 모래시계까지 놓고 시간을 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하는 사람을 기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행사로 과연 누가 이득을 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씨(39)는 "이 행사로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곽희양·박순봉·유희곤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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