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속 5% 성장 '스웨덴 복지의 힘'..한국도 주목해야

2012. 7. 11. 2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2012 스톡홀름 포럼

스웨덴 복지의 위기, 기회 그리고 비전

주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

'신자유주의의 폭우 속에서 '국민의 집'은 여전히 굳건한가?'

국민의 집은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돼야 한다'는 스웨덴의 복지 이념이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번진 상황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각) 스웨덴의 가장 큰 섬인 고틀란드에서 열린 '2012년 스톡홀름포럼'에서는 스웨덴 복지 모델의 위기와 대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보편적 복지를 통해 성장과 복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스웨덴 복지모델이 신자유주의의 늪에서 이젠 힘을 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여전히 스웨덴 복지 모델은 유효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 복지 모델이 우리나라의 복지 모델에 접목 가능한가라는 고민도 불거져 나왔다.

■ 유럽발 재정위기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누구?

이날 포럼에 참가한 토론자들은 유럽발 재정위기의 원인 제공자로 미국과 영국의 금융 자본주의를 지목했다. 예란 테르보른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탐욕적이고 오만한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영국의 시티오브런던의 금융 시스템이 위기의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의 금융회사와 정부 관료, 규제 당국자도 위기 제공자로 꼽혔다. 통제 불가능한 자본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거품경제를 불러왔고, 재정건전성을 잃었기 때문이란 진단과 함께 유로존의 결함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거품경제와 각 나라의 재정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유로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위기의 희생양이다. 최대 희생양은 평범한 개인이었다. 제조업 노동자, 청년 구직자, 공무원, 연금 수급자, 실업자들의 자녀였다는 게 테르보른 교수의 분석이다. 렌나르트 에릭손 스톡홀름대 교수는 "2006년 1월에는 실직자의 70%가 실업수당을 받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수당 삭감으로 2011년 하반기에는 실직자의 36%만 실업 수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 테르보른 교수는 희생양은 개인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에도 불어닥쳤다고 진단했다. 경제위기로 인한 생활고로 복지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데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의 처방은 복지의 과잉을 축소하라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필요에 반하는 이러한 처방을 강제해야 하는 상황은 궁극에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위기 확산의 또다른 주범, 정치

이런 문제를 풀 주체는 정치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역설적으로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정부가 개입하고 복지국가 개념이 자리잡아 나갔듯이 경제위기가 확산되면 복지국가를 확대하려는 시도도 강화됐다. 하지만 지금은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만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에 대해 테르보른 교수는 "정치적으로 중도좌파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전체의 75%가량 되지만 1% 특권층이 정치·경제·사회·언론 등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어 중도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강력한 정치적인 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두려움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확산하는 결과를 몰고 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으면 그나마 받던 실업수당과 연금 등의 복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높은 실업률과 높은 세금에 대한 분노는 극우와 극좌로 갈려 해결책을 찾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완전고용 창출을 겨냥한 공공지출 확대를 뼈대로 하는 이른바 케인스주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던 유럽의 진보 정당들의 기존 해결 방식도 재정부담으로 더는 정책적 대안의 효능이 소멸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회계층의 분화와 탈산업화로 복지를 지지했던 전통적인 노동자 계층이 분화돼 정치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복지국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GDP 대비 복지비용 27.3%위기 부른 그리스는 21.3%"복지가 재정위기 원인 아냐"경제위기로 복지수요 느는데IMF·ECB는 '복지 축소' 처방'민주주의 후퇴' 부작용 불러

■ 과잉 복지가 재정위기를 가져왔나?

이런 진단 속에서도 대부분의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복지포퓰리즘 때문이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시각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로 정리했다. 오히려 복지국가는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쓴 복지비용을 뜻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 비율'(2007년 기준)을 보면, 스웨덴은 27.3%로 프랑스(28.4%)에 이은 2위로 나타났다. 반면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16.2%)과 영국(20.5%)은 스웨덴에 크게 못 미쳤다. 위기가 번지고 있는 아일랜드(16.3%), 그리스(21.3%), 포르투갈(22.5%), 스페인(21.6%) 등도 스웨덴을 밑돌았다. 잉바르 칼손 전 스웨덴 총리는 "신자유주의자들은 복지와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없다고 했지만 스웨덴은 복지와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루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웨덴 통계청 발표를 보면, 스웨덴의 2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년 대비 5.3%를 기록했다. 이는 5.0% 성장을 내다본 전문가 전망치를 웃도는 양호한 결과다. 스벤 호르트 쇠데르퇴른대 교수는 "북유럽에서는 세금을 올리더라도 복지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정서"라며 "2002년 스웨덴 보수당은 세금 감면과 복지정책 축소를 내세웠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뒤 2006년에는 전략을 바꿔 '가장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보수당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복지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나서야 정권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 스웨덴 복지 모델을 넘어

현재 스웨덴은 고령화와 신자유주의 등으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스웨덴 복지 모델의 대안과 우리나라로의 이식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테르보른 교수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 복지의 미래를 찾을 수는 없다"면서도 "스웨덴 복지 모델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탈유럽적인 범위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르트 교수는 "스웨덴 복지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신자유주의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겠지만 스웨덴 정당들이 스웨덴의 복지 모델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길게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혁 쇠데르퇴른대 교수는 "스웨덴 복지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정치인과 국민의 신뢰, 상생 및 화합의 노력, 노사정의 개혁 동참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들어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스웨덴 복지 모델의 위기와 대응을 면밀하게 분석해 한국형 복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틀란드/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지속가능한 복지 위해선…

"실업률 낮춰 세수 늘려야""자영업자 위한 복지 필요"

복지 수요를 맞추자니 세금을 올려야 하고, 세금을 올리자니 정치적 지지를 잃을 수 있다. 스톡홀름포럼 마지막 토론의 주제는 이와 같은 '복지개혁의 딜레마, 세금, 여론, 경제성장'이었다. 렌나르트 에릭손 스톡홀름대 교수는 "세금을 올리면 노인과 아동 복지의 질은 올라가지만 흔히 증세는 정치적인 자살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복지 서비스를 공공부문이 계속해야 할지, 민영화를 하는 게 좋은지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복지에 대해 달라지는 여론도 또 하나의 딜레마다. 예란 테르보른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스웨덴에서는 계층 간 연대가 잘 이루어져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산층들이 자신들만을 위한 의료제도나 교육제도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개인의 자유와 계층 간의 연대가 충돌하고 있는데, 이것이 보편적인 복지제도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혜주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자영업자들과 여성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만들어야 복지 여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벤 호르트 쇠데르퇴른대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지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출이 많아지고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실업률을 낮춰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게 복지제도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 인기기사>■ 김병화-브로커 통화뒤 제일저축 수사 '개인비리'로 선그어새누리 "입이 열개라도…" 박근혜에 불똥 차단 안간힘이 대통령, 일정 돌연 취소…'형님 구속' 사과 언제 할까이해찬 "거짓증언 강요한 검사 이름 밝히겠다"[화보] 검찰 소환 이상득, 계란 세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