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노동자 또 사망

이영경 기자 2012. 5.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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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명째.. 6년간 근무 중 악성 뇌종양 판정 받고 투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해온 이윤정씨(32·여)가 7일 오후 8시41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졌다.

이씨는 6년간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악성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및 액정화면(LCD)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려 사망한 55번째 노동자다. 이씨의 빈소는 인천산재병원에 마련됐다. 이씨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남편 정희수씨(36)는 "재판이 지난해 9월 한 번 열리고 8개월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았다"며 "제대로 재판 한 번 못 받아보고 이렇게 가게 돼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숨지기 전 이씨는 거동도 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뇌종양이 재발해 전두엽까지 퍼지면서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악화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면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서른둘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씨는 1997년 5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들어갔다. 입사 당시 이씨는 매우 건강했다.

이씨의 건강은 반도체 공장 근무 6년 만에 급격히 악화됐다. 그가 일한 공장은 반도체칩을 고온으로 테스트하는 공정이다. 이곳에서는 항상 역겨운 냄새가 났고 미세한 검은 분진이 날렸다. 불량품 검사라는 작업 특성상 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일했던 이씨와 동료들은 눈의 자극과 함께 피부질환에 시달렸다. 이씨는 2003년 5월 삼성전자에서 퇴사했다.

이씨는 2010년 5월5일 어린이날 갑자기 쓰러졌다. 진단 결과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이었다. 이씨에게는 여덟 살 난 아들과 여섯 살 난 딸이 있다.

이씨는 그해 7월23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신청을 했지만 지난해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남편 정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만 승인이 돼도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의 뇌종양 진단 이후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아이들은 부산에 있는 고모 집으로 내려갔다. 남편은 아내 병간호에 매달렸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병세가 악화됐고 10월쯤에는 아예 거동을 못하게 됐다.

그가 병마와 싸우는 동안 이씨와 비슷한 시기에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린 김지숙씨는 지난달 근로복지공단에서 처음으로 산재 판정을 받았다.

남편 정씨는 이씨가 숨지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은 "용서해주라"였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쯤 의식이 그나마 있을 때 다 혼내주고 싶지 않냐고 물으니까 '용서해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정씨는 "삼성도 나쁘지만 한시가 급한 환자의 재판을 차일피일 미루고 방치한 법원을 비판하고 싶다"며 "죽은 아내에 대한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산재로 인정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쉰다섯 명의 젊은 노동자들이 삼성에서 일한 죄로 병들어 죽었지만 삼성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 너무 분노스럽고 무섭다"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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