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번다는 의사, 왜 다른 직업 택하나

2007. 11. 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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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흰 가운을 입고 평생 환자만 진료할 줄 알았던 의사들이 다른 직업을 택하면서 과감히 청진기를 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돈 잘 번다는 의사들이 10년 가까이 공부해서 따낸 의사 면허를 접고 변호사, 의학전문기자 심지어 방송작가로까지 변신하고 있다.

최근 의사협회 탄생 99주년을 맞아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는 의사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어봤다.

◇접었던 법조인의 꿈, 이뤘다= "학창시절 법대를 가고 싶었지만, 의대 진학을 했다가 의사 면허를 딴 뒤에야 뒤늦게 변호사의 길을 택할 수 있어죠"

어렸을 적 접었던 꿈을 이제야 이룰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법률사무소 히포크라의 박호균 변호사의 말이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 그는 의대 재학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의학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웃는다. "의사가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라면,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인간을 다루는 직업인 것 같다"고 말한다.

치과의사 출신이면서 변리사로 의료관련 소송에서 독보적인 대외법률사무 전현희 변호사도 어릴 적 꿈을 뒤늦게 성취한 경우다.

전 변호사는 "어릴 적 부모님은 의대를 원했지만 사실은 법대를 가고 싶었다"며 "남편이나 동생 등 주변에서 법률 공부를 하고 있어서 사법고시 공부를 해 뒤늦게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진료기록을 보다 면밀히 살필 수 있고 의학적인 지식이 있어서 사건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변호사로서 지금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그녀는 "향후 변호사로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되면 무료 의료봉사 등 구체적인 고민도 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웰빙시대, 의학전문기자 각광= 웰빙 트렌드가 이어지자 언론에서도 의사들을 원하고 실제 의사 대신 기자로서 매력에 푹 빠진 경우도 상당하다.

국내최초 의사출신 기자로 활동했던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는 일반인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방송인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경우.

중앙일보에 이어 방송사와 주요 일간지에서 '의학전문기자'라는 전문기자 형태가 자리를 잡게 됐다.

MBC 신재원 의학전문기자는 몇 안되는 전문의 출신 기자로,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뒤늦게 기자 일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경우다.

신 기자는 "처음에 후배가 입사원서를 들고 해보라고 권하길래 별 생각없이 지원했다가 합격하게 됐다"며 "대중에게 보다 정확하고 쉽게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기쁨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지금은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현재로서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기자 일이 끝나고 나서도 진료실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며 제2의 새로운 일을 꿈꾸고 있다.

◇필력으로 소통하고 싶은 의사= 작가로서 필력을 뽐내고 싶은 의사들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인기몰이를 했던 '외과의사 봉달희'의 작가로 참여한 강석훈 씨는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전임의 활동이 끝나면 완전히 작가로 전향할 생각이다.

그는 "부모님과 친구들 등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인턴시절 어린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꿈을 다시 묻게 됐고 작가를 포기할 수 없어 선택하게 됐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그는 작가로 성공해 멋진 병원을 세우고 싶다는 의사본연의 꿈 또한 놓치지지 않고 있다. 그는 "작가로 성공하는 것은 꿈이고 도전"이라며 "작가로 성공해 좋은 병원을 세워, 돈 걱정하지 않으면서 인술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씨 외에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간 뒤 꾸준히 시집을 내고 있는 마종기 시인은 대표적인 의사 출신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밖에도 보건복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출신 관료로 활동하거나 국회의원으로 입법활동이 활발한 의사도 적지 않다.

모두들 의사로서의 본연의 일은 접어두고 새로운 꿈을 찾아 성취한 경우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 같이 "지금은 청진기를 놓았지만, 언젠가는 의사로서 사회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의사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비록 다른 직업인으로 살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저마다 '인술'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의협 탄생 100주년을 맞아, 보다 더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술을 펼칠 의사들이 늘어나기를 많은 이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석유선기자 sukiz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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