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애 키우는 미혼모 공포를 아시나요"

2011. 11. 22. 16: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혼모로 살아온 제가 느낀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미혼모가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이를 마음 편하게 키울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중략) (미혼부모들은) 많은 갈등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너무나도 충동적인 시기이지만, 그들(미혼모의 아기)도 분명 살고 싶고 살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 보다도 애정어린 관심과 따뜻한 손길입니다."

아동인권보호기관인 부스러기 사랑나눔회가 22일 진행한 '아동 청소년의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한 3차 열린 포럼'(공동모금회 빌딩)에 어렵게 용기를 내 얘기를 꺼낸 미혼모 A씨는 10대 후반의 앳된 얼굴이지만 두 살난 딸을 키우며 보낸 20년 같은 2년의 세월때문인지 담담한 표정이었다.

A씨는 "저를 아는 분들이 '아이를 지울 생각은 없었는지, 낳고 나서도 후회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냐'고 묻지만, 저는 '꼭 낳을 생각이었고 후회한 적이 없었다'고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미혼모인 걸 알게 되면 표정이 바뀌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정말 너무나도 속상했습니다. 미혼모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엄마와 다를 것 없는, 한 아이의 엄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베이비 박스' 얘기를 꺼내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베이비박스가 일본에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우리나라에도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대부분 좋지 않게 보지만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물건 취급하듯이 아기를 유기하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나은 방법이잖아요. 베이비박스를 불법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먼저 나서서 하고 있나, 나서서 하고 있다면 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박스를 강제적으로 폐쇄하지 않는 것은 국가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베이스 박스를 찬성하는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국가 시스템의 부재를 역설적으로 꼬집고 있었다.

"내가 시설의 도움으로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는 동안, 어느 초겨울 밤, 교회앞에서 탯줄이 아직 붙어있는 조그만 아기가 버려졌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후 하룻만에 아기 엄마를 찾았지만, 역시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얘기는 자연스럽게 설움으로 이어졌다.

"병원에서 혼자 진통을 겪으며 아이를 출산하고,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혼자서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정말 혼자 아이를 낳는 그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십대 어린 소녀들의 영유아 유기, 살인 소식을 들을때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서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언제 누가 들어올지 몰라 불안에 떨면서 아기를 낳았을 텐데, 한번도 제대로 못 안아보고 열 달 동안 뱃속에 품은 그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유기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무서웠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그 소녀들도, 그 아기들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살기위해, 살고 싶은 그 소녀들과 아기들을 위해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싶어도 냉대 때문에 거절당한 얘기도 소개했다.

"학교에서 전학을 허락했지만, 이틀만에 새 학교 교장선생님이 받아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교육당국자와의 인터뷰때 '너로 인해 너와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될거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다시 한번 절망했습니다."

A씨는 날개짓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면서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이제 막 번데기에서 나오는 나비처럼,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위험해 보이고 아직은 어려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를 것 같은 저희들이지만,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있다는 것, 물속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숨소리가 새나왔지만, A씨의 표정은 서러움 속에서도 당당한 한국 엄마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후원신청 ARS번호: 060-700-1265)

< 함영훈 기자 @hamcho3 > abc@heraldm.com

▶ < 아기가 죽어간다1 > 학대받은 영유아 사망자 40%는 돌상도 못받고 타살

▶ < 아기가 죽어간다2 > 미혼모 10명중 7명 입양선택...정부지원 있다면 키우겠다 80%

▶ 아주캐피탈 "내 가진능력 사회공헌에..."

▶ '불굴~',막장을 마무리하는 방식

▶ J.O.B.S.로 풀어본 Jobs의 모든 것

◆ 골프, 싱글로 가는 길 "따로 있다고"?

◆ 기온 뚝! 비염환자 급증, 마사지가 해답!

◆ 나도 싫은 내 입냄새, 30초면 해결?

-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