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가입은 안된다".. 정부 '이중잣대' 논란

정제혁기자 2009. 9. 2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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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 제한없어..한노총에도 일부 가입"향후 불법행위 예단 법원칙 훼손" 지적도

전국공무원노조 등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 첫날인 21일 서울 마포구청 내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노조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정근기자정부와 여당이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등 3개 공무원노조가 합쳐진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하며 엄정대응할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에는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정부·여당이 정치 논리에 따라 상급단체 가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여당, 정치투쟁 참여 우려=정부와 여당은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나 정치투쟁에 참여하게 돼 단체행동과 정치활동을 금지한 실정법을 위반하게 되고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이 민주노총 예산(86억원)의 20%를 부담하는 점도 모순이라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21일 "민주노총은 정치적 행위를 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공무원노조는 당연히 정치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그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위법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2005년 공무원노조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중 하나가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 허용 문제였다"며 "당시 상급단체 가입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별도의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다른 관계자는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절차상 하자가 없는 한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자체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은 이중잣대=정치행위를 하는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정부·여당의 논리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에도 우정사업본부 직원 등 공무원노조협의회 소속 3만5000여명이 가입돼 있지만 정부·여당이 문제 삼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불법행위를 가정해 상급단체 가입을 금기시하는 것도 법률적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 후 현행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다면 불법성 문제는 그때 가서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주노총 가입 찬반 투표와 관련, "조합원들이 근무시간 중 투표를 하거나 투표를 독려하는 행위를 엄격한 불법행위"로 규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지도지침을 통해 "조합운영상 필요불가결한 활동으로 근무시간 중에 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단체협약·취업규칙에 없고, 사용자의 사전승낙이 없이도 (조합활동이) 허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민주노총 '재기'에 부담=정부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문제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올들어 이어지고 있는 단위노조의 민주노총 이탈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노조의 가입이 민주노총 위기론을 차단하는 효과와 함께 추가적인 조직 이탈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이 이번 기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 기력을 회복하고 대정부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을 경우 하반기 노·정 관계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호 경상대 법대 교수는 "정부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하며 금기시하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측면이 짙다"면서 "법에 근거해 정책을 펼쳐야 할 정부가 법을 무시한 채 상급단체 가입 문제를 처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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