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서 결혼하고 싶은데.. "1년 기다리세요"

김윤덕 기자 2012. 2. 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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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결혼식 위해 세례받고 예약 우선권 추첨까지 해.. 명동·약현·논현2동 성당 인기 "고풍스럽고 경건해 좋다" 비용 저렴한 것도 장점

2010년 결혼한 임모씨는 결혼을 4개월 앞두고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당의 고풍스러운 외관이 좋았고,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예식을 올리고 싶었어요."

성당결혼식이 인기다. 성당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천주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성당 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외관을 갖춘 곳은 1년 전에 예약해도 자리를 얻기 쉽지 않다. 서울 명동성당과 중림동 약현성당, 논현2동 성당이 대표적. 1년에 한 번씩 결혼 예약 우선권을 추첨하는 명동성당에는 지난 11월 추첨 때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약현성당은 "명동성당보다 예쁘다"는 소문이 나면서 5~6년 새 결혼을 위해 성당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약현성당은 올 10월까지 예약이 찼다. 논현2동 성당은 한류드라마 '겨울연가'의 윤석호 PD가 결혼해 유명세를 탄 곳. 올해 12월까지 예약이 들어찼다.

결혼식 장소로 성당이 부각된 것은 연예인들 공이 크다. 배우 송윤아와 설경구의 결혼으로 유명해진 방배동 성당은 현재 대기 접수만 4배수가 된다. 아나운서 박혜진과 탤런트 김강우는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마이웨딩 이덕진 편집장은 "신앙 여부를 떠나 성당 결혼식에 대한 여성들의 로망이 워낙 큰 데다, 국내외 유명배우들이 성당에서 결혼하는 사례가 늘면서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성당의 외관과 분위기를 따와 '채플홀'이라고 붙인 예식장까지 등장했다. "종교시설은 아니지만, 성당 같은 성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젊은 커플들이 채플홀을 많이 찾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당 결혼식의 증가는 경제불황과도 관련이 있다. 웨딩컨설팅업체 '메리앤매리'의 정효진 대표는 "2~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적은 비용으로 알차게 결혼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찾는다"면서, "교회와 성당, 학교 동문회관, 회사 강당이 가장 먼저 예약이 마감된다"고 전했다. 실제 고급 호텔의 경우 하객 식사 비용은 1인당 10만원 안팎. 성당의 경우 3~4만원 선이다.

그러나 성당 결혼식 붐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서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강호진씨는 "성당에서 결혼하려면 의무적으로 결혼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면담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결혼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일반 예식장의 경우 30분 만에 식이 끝나고 다음 팀으로 식장이 교체되니 번잡하기 짝이 없는데, 성당 결혼식은 최소 2~3시간의 간격을 두니까 여유로웠다"고도 했다. 지난 12월 명동성당에서 결혼한 최민아씨 역시 "일반 결혼이 주례 중심의 예식이라면 천주교식 결혼은 신랑·신부 중심의 결혼"이라면서, "하객들이 모두 신랑과 신부를 위해 기도하고 축복해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서초동 성당에서 결혼한 임모씨는 "대관료를 지불하는 곳이 성당이라 기부의 의미로 와 닿았고,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성당의 취지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논현2동 성당 관계자는 "성당 예식에 하객으로 왔다가 그 분위기에 감동해 바로 예약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단, 성당에서 치르는 예식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종교의식으로 엄숙히 치러지다 보니 결혼식 중에 영상 퍼레이드·만세삼창 같은 특별 이벤트는 할 수가 없다. 축가는 성가대에 맡겨야 하고, 결혼식 사진도 예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교육받은 사진사만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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