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나왔지만 달라진 건 없어요" 설이 슬픈 비정규직
[대전CBS 김정남 기자]
◈ "설 앞두고 해고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윤 모(43·여) 씨가 대전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열흘째.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윤 씨는 이 학교 특수교육 보조교사였다.
설맞이 기대에 부풀었던 윤 씨의 꿈은 예고 없이 날아든 '해고 통지'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새로 교사를 뽑겠다며 더 이상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지금도 제가 왜 그만둬야 했는지 이유는 명확하게 모릅니다."
'비정규직' 윤 씨는 그렇게 갑자기 잘렸다. 학교에 하소연도 해보고, 교육청의 문도 두드려봤지만 "비정규직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냉담한 답변만 돌아왔다. 윤 씨는 "나 말고도 사서, 조리종사원 등 학교 내 비정규직들이 다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부당하다는 생각에 1인 시위에 나서긴 했지만 사실 겁나는 게 더 많다.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당신만 왜 이러냐'며 법적 대응 운운할 때마다 솔직히 무섭죠. 다 내 잘못인가 싶어 죄인 같은 기분마저 들어요.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역시 외로움이에요. 혼자서 외치니까 아무도 안 들어주고..."
지난 16일 윤 씨와 같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을 위한 정부 대책이 발표됐지만, 윤 씨는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2년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이요? 하면 뭐해요. 그 전에 죄다 잘리는데…."
◈ "관공서는 다를 줄 알았는데…더 서러워요"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번듯하게 들어선 관공서들.
김순이(가명·54) 씨의 직장은 이들 중에서도 가장 멋들어진 건물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3년을 훌쩍 넘었다.
10여 층에 꽉 찬 수십여 곳의 사무실과 복도, 화장실 등을 청소하는 것이 바로 김 씨의 일. 하루 9시간 허리 한 번 못 펴는 고된 일이지만, 정작 김 씨가 서운한 부분은 따로 있다.
"어째 일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월급은 오히려 줄어드니..."
한 달 92만 원의 '쥐꼬리' 임금은 새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80여만 원으로 잘려나가고, 휴일에 쉬지 않고 모아 받던 기십만 원의 수당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한 달 살림조차 빠듯해졌다.
"요즘은 선물세트도 다들 비싸더라고... 마트 가서도 들었다 놨다 해"라고 말하던 김 씨가 지나가던 직원의 손에 들린 선물세트를 부러운 눈길로 지켜봤다.
"비정규직 대책?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거 몰라. 그치만 비정규직이라고 일방적으로 임금 덜 주고 하는 건 너무하잖어. 설 때라도 풍족한 거 느낄 수 있게, 단 몇만 원이라도 더 쥐어주면 고맙지..." 김 씨의 말이었다.
◈ "계속된 임금체불…성의 없는 비정규직 대책"
용역업체 비리와 고용불안 등에 시달려온 국립대 청소노동자들도 여전히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충남대가 비리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다음 달 새로운 용역업체를 맞이하게 됐지만, 회사 돈이 가압류 당하면서 청소노동자 155명의 임금 역시 발이 묶여버렸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시는 분들인데 설 명절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 막막하신 상태죠." 이들을 곁에서 지켜본 지역노조 이영훈 조직부장의 말이다.
이 조직부장은 "지난 16일에 발표된 비정규직 대책이 조금만 성의 있었어도 설을 앞둔 노동자들의 허탈감이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이 지난 2007년에 발표된 비정규직 대책의 재탕에 불과한데다, 위반 시 처벌 또는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여전히 없어요. 말 그대로 '권고사항'에 불과한 허울뿐인 대책이죠. 정작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은 따로 있는데..."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설 명절이 유난히도 쓸쓸한 이유다.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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