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죽음까지 조작 '파렴치 제약사'

입력 2012. 1. 13. 08:50 수정 2012. 1. 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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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명의사 골프접대 갔다가 빗길 교통사고

업체쪽 리베이트 사실 숨기려 허위보고서

소송끝 1년6개월만에 '업무상 재해' 인정

유명 의대 교수에게 '골프 접대'를 하러 가다 교통사고로 숨진 제약업체 직원이 뒤늦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제약업체는 골프 접대 사실을 숨기려고 근로복지공단에 사고 경위를 조작한 서류까지 제출했지만, 법원은 유족에게 장의비와 유족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5년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 아벤티스 코리아에 입사한 강아무개(당시 35살)씨는 부산지역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이 회사는 주로 병원에 항암제인 '엘록사틴'이라는 약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강씨의 업무는 위암·대장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 의사들에게 이 약을 많이 처방하도록 권유하는 것이었다. 강씨는 술과 골프 접대로 이런 '영업'을 이어갔다.

사고가 일어난 2010년 7월11일에도 골프 약속이 있었다. 강씨는 이날 새벽 5시30분께 부산의 대형 종합병원인 ㅂ병원 홍아무개 교수를 차에 태우고 골프장으로 가다 빗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고, 홍 교수는 경상을 입었지만 강씨는 숨졌다. ㅂ병원은 매달 엘록사틴을 평균 3000만원어치 구입하는 곳으로, 강씨의 실적 중 20%가량이 이 병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홍 교수는 이 병원에서 가장 유명한 대장암 전문의로, 강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홍 교수와 골프를 치는 등 특별관리해 오던 터였다.

강씨가 숨지자 회사는 골프 접대 사실을 감췄다. 제약업체가 병원에 골프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에 '강씨가 홍 교수와 함께 울산의 나아무개 교수를 소개받으러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의 재해보고서를 근로복지공단에 냈다. 이 회사는 자신들이 미리 작성한 홍 교수의 진술서에 서명까지 받아 제출했다.

이를 토대로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연관성이 없다"며 강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강씨의 유족은 지난해 6월 결국 소송을 냈다. 유족은 "강씨가 홍 교수뿐 아니라 또다른 대형 종합병원인 ㄷ의료원 권아무개 교수 등에게도 수시로 '술 접대'를 했고, 2010년 4월에는 권 교수와 인도네시아 발리로 2박3일 골프여행까지 다녀왔다"며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종합병원 의사들에게 술과 골프를 접대하는 건 영업상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하종대)는 12일 강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홍 교수에게 골프 접대를 하려고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에 업무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회사가 영업사원들에게 명시적으로 골프 접대 등을 지시했다고 볼 자료는 없지만, 골프 접대 등으로 지출한 비용을 식대 등의 명목으로 보전해 주는 등 영업사원들의 골프·술 접대를 영업행위로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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