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노동시간 세계 최고..'죽음의 맞교대'

전재호 기자 2011. 11. 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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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ANC▶

우리 임금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12시간 맞교대, 24시간 맞교대처럼 이런 장시간 노동이 여전히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흔한데요.

이로인한 질병과 사고도 당연히 많습니다.

아무리 한국인이 성실근면하다해도 건강해 칠 정도라면 안 되겠죠.

먼저 전재호 기자가 실태를 보도합니다.

◀VCR▶

자동차 생산라인은 자정을 넘겨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계와 달리 근로자들은 새벽이 다가올수록 지쳐갑니다.

◀INT▶ 신철민/주야 맞교대 11년

"잠을 계속 못 잤어요, 잠을 못 자다보니까 어지럼증이 생겼어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몇 번 쓰러졌어요."

저녁에 출근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생활.

12시간 밤새워 일한 뒤 먹는 아침밥에는 수면제 노릇을 하는 소주가 빠지지 않습니다.

◀INT▶ 최성주/주야 맞교대 20년

"자기 몸을 학대를 시켜가지고, 제발 좀 몸에서 야 이놈아 자라 자라, 그렇게 바라는 거죠."

◀SYN▶

"안전 안전 용산 교대!!"

이제는 퇴근입니다.

하루 건너 하루씩 24시간을 꼬박 일하는 24시간 맞교대.

소방관들의 근무 현실입니다.

오늘은 현관 문 너머로 들리던 딸아이의 함박웃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소방관 아빠에게는 한편으론 다행입니다.

◀INT▶ 이건곤 소방교/용산소방서

"아빠를 찾으니까, 오전에 딸이 있으면 못 자요. 오늘은 어떻게 아귀가 잘 맞네요."

밤낮이 뒤바뀐 생활.

잠을 못 자고, 생체리듬이 깨지다보니 뇌. 심혈관질환과 소화기질환, 우울증까지 생겨 약을 달고 삽니다.

◀INT▶ 권영준 산업의학과교수/한강성심병원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면 주당 40시간 일하는 경우보다 급성심근경색 확률 2배입니다."

'국제암 연구기구'는 야간 교대제를 '납이나 자외선'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때로는 끔찍한 산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INT▶ 이학선/산업재해 노동자

"너무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멍한 상태였죠. 아무 생각없이 제거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때 기계가 돌면서 그 소리를 못 들은 거죠, 못 들으면서 낀 거죠."

아파트 경비원, 화물운전자, 요양보호사도 이런 심야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기 자 ▶

한국은 OECD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입니다.

지난 한해 평균 근무시간은 2200시간에 육박했습니다.

OECD 평균보다 450시간 넘게 더 일한 셈입니다.

네덜란드보다는 8백 시간 많은 것인데, 하루 8시간씩 100일을 더 일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10명 중 한 명은 밤에 한숨도 안자고 일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외신 기자의 눈엔 신기하게 비쳤던 걸까요?

미국의 한 유력 경제지는 "한국에서 오후 6시 퇴근은 승진을 포기했다는 것이고, 한국인들은 장시간 근로 때문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일하는 분들 적지 않을텐데요.

장시간 근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변해야하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VCR▶

지난 봄 유성기업에서는 90일간의 파업 끝에 노조원 23명이 해고되고, 106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당시도 심야노동 폐지가 쟁점이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오늘도 밤낮 맞교대를 없애라고 요구했습니다.

◀SYN▶ 배재정/기아차 노조위원장

"심야노동과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를 골병들게 하고 임금의 노예로 만드는 사회악입니다."

현대와 기아차 노조는 앞으로 자정부터 6시간 동안 야간 근무를 하지 않고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만 2교대로 근무하는 체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밤낮 맞교대가 사라지면 근로자 건강은 물론, 추가 고용 효과도 기대된다며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근로자를 더 뽑아야하기 때문입니다.

◀SYN▶ 이채필/고용노동부 장관

"자동화 설비의 가동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초과근로를 상시화하는 것은 진작 박물관으로 갔어야 하는 제도입니다."

현대차도 설비 투자를 늘려서 2013년부터는 밤샘 근무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간 2교대로 바꿨을 때 월급을 그대로 유지할지를 두고는 노사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임금 삭감은 있을 수 없다는 노조와 초과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월급을 깎아야 한다는 사측.

정부는 월급 문제는 노사가 알아서 풀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심야노동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노.사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됩니다.

MBC뉴스 이학수입니다.

(전재호 기자 onyou@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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