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를 말하다] 국내 순유입 2010년 8만2000명.. 화합 안되는 '多문화 한국'

2011. 11. 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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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아침 먹은 것을 치우고 나니 딸 화미(2)가 보챈다. 새벽녘에야 돌아온 남편(차기용·35)은 안방에서 곤하게 잠이 들었다. 뇌병변 장애 3급인 남편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한 달에 93만원씩 들어오는 수급비가 한 달 수입의 전부다. 남편은 전단지 돌리는 일이라도 해야 딸아이 기저귀라도 한 장 더 살 수 있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용직 일거리를 찾아다닌다.

칭얼대는 아이를 업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경로당으로 들어가던 아래층 할머니가 불렀다. "베트남 새댁, 고구마 좋아해? 우리 집에 고구마가 좀 있는데 오후에 잠깐 들러."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나눴다.

2008년 8월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베트남 새댁 부이티 부이(22). 그는 베트남 하이퐁에서 살다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대구 월성동에 있는 39.6㎡(12평) 영구임대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린 뒤 한국 생활 4년째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남편이 외출을 하면서 10만원을 주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사오라고 했다. 집 근처 시장에서 반찬거리 3가지를 사고 나니 1만원이 남았다. 바가지를 썼다. 남편은 그날 저녁부터 일주일동안 물건 사는 법 등을 알려줬다.

화미를 업고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 몇 군데를 들렀다. 2년6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웠지만 아직도 서툴러서일까, 어린이집 원장이 자꾸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다. 이럴 때마다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리랑카 출신 자얀트 반다라(38)씨는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2006년 4월에 한국에 들어온 반다라씨는 서울 신도림동에 있는 한 공장에서 선박 부품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공장에는 반다라씨와 같은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 7명이 함께 일한다.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하루 12시간씩 일주일에 5∼6일을 꼬박 일하면 한 달에 170만원 정도를 번다. 120만원을 뚝 떼어 스리랑카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고향에 부모와 아내, 아들, 딸이 살 새 집도 장만했다.

2011년 대한민국에는 제2, 제3의 부이씨와 반다라씨를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본격적인 다문화·다민족국가로 진입한 것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4만8000명 순유입으로 돌아선 국내 국제이동인구는 지난해 순유입 규모가 8만2000명으로 늘었다.

인구 순유입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내 체류(3개월 이상 체류) 외국인은 2006년 91만149명에서 지난 9월 141만8149명으로 급증했다. 아직 체류 외국인의 절반은 외국인 노동자이지만 결혼이민자도 크게 늘고 있다. 체류 외국인 중 결혼이민자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11.23%(14만1654명)를 차지했다. 혼인귀화자, 다문화가정 자녀까지 포함하면 정착해서 사는 정주형 이민자는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체류 외국인은 우리 인구의 2.5%(2010년 말 현재)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개방적 이민정책을 선택할 경우 2040년에는 체류 외국인이 700만명에 이르러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주형 이민자가 늘면서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할 돌파구로도 여겨진다.

반면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고, 사회갈등은 커지고 있다. 개방적 이민정책이 노동력 감소를 막아주는 대신 저가 노동력 유입으로 내국인 실업률이 상승하고, 중산층이 붕괴한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이미 다문화 국가로 흘러가고 있지만 국민 인식 개선은 더디고, 정부 정책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김찬희 조민영 이용상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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