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도 안한 SNS에 내 비키니 사진이.."

박정경기자 2011. 10. 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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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만남' 등에 악용 수천명 클릭 피해 속출

최근 20대 여성 A씨는 주변의 남성 지인들로부터 야릇한 눈길을 받고 있다. '하이데어'라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에 올라온 A씨의 사진과 글 때문이다.

해당 채팅 서비스에는 A씨가 수영장에서 비키니를 입고 포즈를 취한 사진,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진, 집 앞에서 강아지와 함께 찍은 수십장의 사진이 "관심이 필요한 여자입니다" "심심해요"라는 글귀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이 앱에 가입한 적이 없다. 누군가 A씨가 개인 미니홈피에 올려 놓은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가 A씨를 사칭하면서 '거짓 일상'과 '거짓 스토리텔링'을 꾸며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 턱이 없는 친구들과 익명의 이용자들은 A씨가 야한 사진으로 조건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했다. 화가 난 A씨는 자신의 사진을 도용하고 거짓 이야기를 꾸며 낸 해당 이용자의 아이디(ID)를 경찰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더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면서 타인의 사진을 도용하는 등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타인의 사진 뒤에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특정 직업, 성, 신분 등을 위장한 '역할 놀이'를 하거나 익명성에 기대 욕설과 거짓 이야기를 꾸며 내고 있지만 사진을 도용당한 당사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주부 박모(32)씨도 최근 아이들 사진을 도용당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네 살 아들을 둔 박씨는 아이의 사진을 찍어 수시로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데 이 사진이 한 카카오톡 계정 프로필에 버젓이 걸려 돌아다닌다는 것을 친구로부터 듣게 됐다.

박씨는 "아들 사진을 도용한 이용자가 단순히 프로필 사진으로만 사용한 게 아니라 자기 아들인 척 자랑을 했다"며 "남의 자식 사진을 훔쳐 간 것도 억울한데 아빠 행세까지 하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상민(심리학) 연세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일종의 '정체성 놀이'라고 규정했다. 황 교수는 "자기의 모습과 다른 정체성을 표출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흥미를 위해 벌이는 일"이라며 "인터넷 출범 초기부터 있어 왔던 일이지만 최근 트위터 등 SNS가 급증하면서 그 활동 무대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도용이 늘면서 경찰에 '명예훼손죄' 고발이 이어지지만 개인정보를 도용한 해당 이용자가 계정을 삭제해 버릴 경우 수사가 어렵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정경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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