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벌어도 밑 빠진 독..내가 낸 세금 다 어디썼나

2011. 9. 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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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시대 ④ ◆▶ 주부 임희연 씨(41)는 희망을 잊고 산 지 오래다. 남편은 연봉 6000만원을 받는 회사원이지만 가계부는 언제나 적자다. 남편의 월급은 해마다 오르고는 있지만 두 아이의 교육비로만 연간 1000만원이 들어간다. 아이들을 남들보다 못나게 키울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날마다 뛰는 식료품 가격에 숨은 막혀만 간다.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꿈꿨지만 임씨는 결국 꿈을 접고 말았다.

▶ 80대 노모를 부양하고 있는 김수현 씨(53)는 늘어나는 병원비로 매일매일이 초조하다. 노모가 장수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갈수록 얇아지는 지갑에 처량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큰 병을 앓지 않아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백내장, 틀니, 건강검진 등 때마다 들어가는 의료비용이 만만치 않다. 김씨는 "형제들과 나눠서 보태고는 있지만 다들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늘어난 소비는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고 있을까. 2008년 10월~2009년 6월과 2010년 10월~2011년 6월 신한카드 회원의 지출액을 살펴보면 대답은 '노(No)'다.

경제적 발전 단계는 흔히 '엥겔계수'로 가늠한다. 엥겔계수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식료품 비중은 줄고 문화비 비중이 늘어난다는 이론으로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척도로도 쓰였다.

저소득층을 위해 먹는 데 드는 부담을 줄여놓은 나라가 선진국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 소득은 늘어도 '여윳돈'이 없는 팍팍한 삶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회원의 전체 지출 비중을 비교해 보면 2년 전에 비해 교육ㆍ육아비 비중은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문화ㆍ취미ㆍ여가활동 비중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육아용품, 아동용품, 자녀 교육, 학원비 등 교육ㆍ육아비 비중은 2.7%에서 6%로, 통신ㆍ공과금 비중은 9.2%에서 10.3%로 상승했다.

이와 반대로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여윳돈' 비중은 떨어졌다. 여행은 2.03%에서 1.99%로, 취미활동은 0.95%에서 0.87%로 뒷걸음질쳤다. 레저활동은 2.49%에서 2.4%로, 스포츠활동은 1.11%에서 0.9%로 낮아졌다.

2년간의 지출 증가분만을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면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육아ㆍ자녀 교육 관련 항목에는 2년 사이 증가분 15조4000억원 가운데 14.7%인 2조2700억원가량이 쓰였다. 돈을 버는 족족 육아ㆍ교육비로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육아보조금 등의 지급 목적으로 유치원비에 대한 카드결제 건수 자체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들 교육비에는 중ㆍ고생 학원비뿐 아니라 토익ㆍ토플 등 비입시용 전문학원비도 포함돼 있어 대학생이 다니는 학원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늘어난 카드 지출액에는 물가 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증가한 '필수품목' 비중도 단연 높았다. 식료품에는 늘어난 지출 여력 중 11.9%가 쓰였다. 이는 1조8300억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물가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유비와 외식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항목 역시 각각 8.5%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유소 평균 주유비가 이 기간 중 16% 이상 상승하고, 식료품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값도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통신비는 말할 것도 없다. 통신요금은 2년간 지출 증가분의 7.4%가 해당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비 지출도 빼놓을 수 없다. 의료비는 카드 이용액 증가분 중 8800억원에 해당하는 5.7%에 달한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비 지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의료비 지출은 앞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강요된 소비에 묶이는 바람에 한국인은 자신의 여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드시 써야 할 지출이 늘어나면서 문화ㆍ여가비에 쓸 수 있는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엥겔계수가 한국에서만 통하지 않는 셈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실장은 "교육비 등은 엥겔계수에 포함되지 않는 선택적인 소비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선택적인 소비가 아니라 강요된 소비에 해당해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식료품비나 교육비, 주유비는 줄이기가 쉽지 않은 품목"이라며 "소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ㆍ여가비는 지출을 못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 용어설명 > 엥겔계수 : 가계의 소비지출을 음식비, 피복비, 주거비, 광열비, 문화비 5개 항목으로 구분했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음식비에 대한 지출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문화비의 지출 비중이 늘어난다는 이론.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화보] 나경원·정미경 女의원님들의 `현빈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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