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라더니..'감람석 운동장' 파문 확산

2011. 9. 2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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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로야구장서도 석면 검출

"인조잔디보다 낫다"…2008년 교과부도 권장 공문

석면함유가능물질 불구 규제대상 제외 '관리 사각'

업체선 검출 사실 부인…시범학교 검사결과 '촉각'

국내 야구장에서도 석면이 검출됨에 따라 '석면 운동장' 논란이 학교에서 프로야구로 번지고 있다.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5일 공개한 야구장 석면 오염 실태를 보면, 국내 야구장은 석면 관리의 사각지대다. 야구장 내야에 깔린 감람석 파쇄토 때문이다. 감람석은 과거 석면폐광이던 경북 안동의 한 사문석 광산에서 나온 것이다. 올해 초에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제철소들이 이 광산에서 석면이 든 사문석을 공급받아 보조재로 쓴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광산에서 채광된 감람석은 학교로도 유통됐다. 잘게 파쇄돼 '화산재흙' 등의 이름으로 학교 운동장에 깔렸다. 국내 감람석 파쇄토 공급업체는 3~4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본 야구장에서 쓰는 걸 보고 안동 광산에서 받아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어두운 빛을 띠지만 배수성이 좋아 인조잔디보다 낫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감람석 운동장이 친환경적이라며 이를 권장하는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감람석 운동장 조성 시범사업'도 벌였다.

하지만 이달 초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국 8개 시범학교의 감람석 운동장을 조사했더니, 최고 농도 3.75%에 이르는 백석면이 검출됐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 학생의 신발과, 다른 학생의 집에 있는 책가방에서도 기준치 이상이 검출됐다. 시범학교들은 운동장을 폐쇄하고 천막으로 덮는 등 혼란을 빚었다.

프로야구도 당장 경기를 진행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감람석 파쇄토는 주로 홈베이스에서 1루, 2루, 3루로 이어지는 길(베이스라인)에 깔렸다. 임상혁 노동환경연구소장은 "선수들이 슬라이딩을 하거나 바람이 불면 감람석 파쇄토가 날려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대전, 광주, 대구와 서울 목동야구장에 대한 조사 결과도 추가로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학교와 야구장에 감람석을 공급한 업체들은 석면 검출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교과부는 22일부터 감람석 운동장 시범학교의 운동장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안동 광산에서 받은 성분평가서에는 석면이 없었고, 조사방법과 기준에 따라 검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희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장은 "석면 검출이 확인되면 학교 7곳의 추가 조성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사문석 석면 논란 당시 고용노동부는 제철소와 광산업체에 대해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행정해석을 내렸다. 현행 석면 사용을 금지한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석면을 의도적으로 추출해 제품을 만든 경우가 적용 대상이지, 자연광물인 사문석(석면함유가능물질)처럼 비의도적으로 함유된 석면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환경부는 석면함유가능물질을 규제하는 석면안전관리법의 시행 시점인 내년 4월 전까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대영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현재로선 법적 조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지난해 12월 용역보고서를 통해 환경부는 감람석에도 석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관계 부처에 이 사실을 통보해 조사 권고도 내리지 않는 등 팔짱만 끼고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진명선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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