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업 시간에 왕따 당하는 외국인 학생들

방현정 인턴기자 2011. 7. 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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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조 바꿔주세요."

서울의 한 사립대 여름 계절수업 발표를 위한 조 편성 시간. 자신이 속한 조에 중국인 유학생 A(22·여)씨의 이름이 적히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외쳤다. 교수는 그 학생을 한번 쳐다보더니 "어떤 조로 옮기고 싶으냐"라고 묻고는 바로 옮겨줬다.

눈치를 보던 다른 학생들도 차례로 손을 들어 조를 옮겼고, A씨가 속한 조에는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들만 남게 됐다. A씨는 "한국 학생들이 중국 학생과 같은 조가 되는 것을 꺼리는 것을 알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말해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학점 무한 경쟁에 매몰된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고, 영어 강의를 확충하고 있지만 정작 수업에서 외국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유학생 B(21·남)씨는 특히 조별 모임이 있는 경우 외국인 학생 배척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과 조별 모임에 가면, 투명 인간이 된 것 같다"며 "한국 학생들은 말이 서툰 외국인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B씨는 두 번 조 모임에 참가한 뒤, 다음 모임에 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인 유학생 C씨(23·여)는 수업 중 어색한 분위기를 사석에서 만회하려 해봤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C씨는 "한국대학생들은 조 모임 후 뒤풀이로 같이 술을 마시며 친해지는 같다"며 "하지만 중국 여학생들은 대부분이 술을 못 마셔서 한국학생들과 친해질 기회가 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학생 사이에 갈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C씨는 "조 모임을 하던 중 한국학생이 중국인을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해서 중국어로 크게 욕을 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도 수업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대학생 이강우씨(23?가명)는 "솔직히 외국인 학생들과 조 모임을 하면 다른 조에 비해 한국학생이 할 일이 많아지고 힘들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희대학 외국인지원센터 이진섭 계장(34)은 "외국인 학생의 원활한 적응을 위해 학생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내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특강이나 문화체험 행사, 상담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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