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60쌍 '몰디브' 사기당해 공항서 첫날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2011. 5. 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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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전문여행사, 여행비 1억5000만원 먹튀.. "폐업" e메일만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 에메랄드빛 해변을 걸으며 평생을 함께할 남편과 달콤한 신혼을 보낼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신부 박모(여·29)씨는 아직도 악몽 속에서 헤매고 있다.

지난 3월 M몰디브 전문여행사와 600만원 상당의 5박7일 여행상품을 계약한 박씨 부부는 '항공권, 리조트 등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업체의 말만 믿고 지난 5월14일 결혼식을 치르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몰디브공항에 도착하자마자 M업체가 리조트 예약은커녕 귀국행 항공권 구매조차 하지 않은 채 '튀는' 바람에 모든 것이 취소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졸지에 공항미아가 돼버린 박씨부부는 패닉상태에 빠져 자비 400만원을 털어 간신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M여행사가 박씨처럼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 60여쌍으로부터 1억5000만원 상당의 계약금을 받고 이른바 '먹튀'를 해버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국의 60여쌍의 커플들은 신혼여행 중에 혹은 당장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피해 사실을 알게 돼 충격에 빠졌고 급기야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를 찾아 고소를 하는 등 법적대응에 나섰다.

박씨는 "피해 커플들이 전국적이어서 현재 서울, 부산, 인천 등에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며 "개별적인 고소보다는 집단고소가 좋겠다고 판단해 피해사례를 모아 이번 주 내로 서초경찰서에 M여행사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된 신혼부부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 피해카페를 개설하고 동변상련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17일 업체측으로부터 '폐업한다'는 e메일을 받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는 한 신부는 "당장 21일 출발인데 항공권, 리조트 모두 예약이 안돼 있더라"며 "700만원을 날려서 이젠 빚을 지고 다시 가야 하는 건지, 아예 포기해야 하는 건지 미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신부도 "업체에서 '돈이 없으니 고소하려면 하라'고 연락이 왔다"며 "돈도 돈이지만 신혼부부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토로했다.

이에 M여행사는 "경영상황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며 "할말이 없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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