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과 친동생처럼 지냈다"..전씨가 앓았다는 '관계망상'은?

김형원 기자 won@chosun.com 2011. 3. 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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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편지를 보내왔다고 주장한 교도소 수감자인 전모(31·일명 왕첸첸)씨가 '관계망상'이란 정신질환을 앓아왔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이른바 '장자연 편지'는 전씨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기초로 고인의 필적을 흉내 내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라면서 "전씨는 지난 2006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관계망상 의증 등으로 진료를 받았던 병력이 있다"고 밝혔다.

전씨가 앓았다는 '관계망상(關係妄想)'은 아무 근거 없이 주위의 모든 것이 자기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신분열병의 일종이다. 과민성 관계망상은 일정한 논리적 근거가 있지만, 과도한 감정적 요소가 더하여 정상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망상으로 발전한 것을 말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관계망상은 자신이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피해망상처럼, 자기와 관계도 없는데 연관이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계망상의 경우는 주로 신경안정제 등 약물로 치료한다"면서 "약물치료를 하면 멍한 상태가 유지되는데, 이렇게 '망상에너지'를 소모시킴으로써 그 징후를 줄이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장자연이 내게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한 전씨는 현재 광주교도소에 있다. 그는 수감 중에 3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 2006년 정신과 치료 당시 진단서에는 "(전씨가) 환청·피해망상 등의 증상을 보였고 악몽을 계속 꾸고 흥분조절이 안 되는 인물"이라고 적혀 있다. 2007·2009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전씨는 "2003년 5월 수감된 이후 장자연씨가 12번 정도 지인을 따라 면회를 왔었다"고 주장하지만, 교도소 측은 장자연씨가 전씨를 면회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나는 고인이 된 국내 최대 카지노 재벌 J모씨의 다섯 번째 부인이 낳은 아들"이며 " 마카오에서 태어나 6살 때 한국으로 왔다"는 말을 했다. 그는 또 2009년 2개월간 같은 감방에 있다가 출소한 A씨에게 "자연이(장자연)는 내가 어릴 때 만나 친동생처럼 지냈다. 자연이가 숨지기 전 억울한 처지를 알리는 편지를 수십 통 보내왔고 이것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그는 전남강진출생으로 광주광역시에서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중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1999년 성폭행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아 만기 복역한 뒤 출감했다. 출소 3개월 만에 다시 부녀자를 성폭행했다가 체포돼 2003년 5월에 수감됐다. 교도소에서 교도관을 폭행해 1년8개월 형이 추가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전씨의 감방에서 장자연에 대한 신문스크랩이 다수 나왔는데, 신문 스크랩을 통해 스스로 (장자연)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고 분석된다"면서 "신문스크랩은 특별한 대상에 대한 심리적 스토킹이라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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