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구제역 100일..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매몰지 침출수의 역습,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윤시내 2011. 3. 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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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식수·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축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 한 가축들이 이제 되려 인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 피해는 2000년 이후 발생한 5차례 구제역 중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번 구제역 사태로 지금까지 소 15만여 마리, 돼지 331만여 마리 등 우제류 가축 347만3000여 마리를 희생시켰으며, AI로 닭과 오리 624만여 마리를 땅에 묻었다.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재정소요액도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전국 구제역·AI 매몰지는 모두 13개 시·도 4687곳으로, 특히 경기와 경북이 각각 매몰지 2247곳, 1120곳으로 가장 많다. 그런데 일부 매몰지는 살처분 한 가축의 매립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부실 매몰'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하수 오염 '우려'…정부 "문제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올해 초 전국에 있는 매몰지 중 4172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412곳에 정비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매몰지는 침출수가 토양으로 스미는 것을 막기 위한 옹벽과 차수벽 공사가 불안했으며 배수로 정비와 사면보강공사가 필요한 곳도 있었다.

이에 따라 폭우가 내리면 매몰지 주변이 붕괴되거나, 매몰지에 빗물이 스며들어 침출수가 매몰지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침출수는 땅 속에 묻은 가축의 사체가 썩으면서 나오는 물과 핏물 등이 합쳐진 오염물질이다. 침출수가 토양이나 지하수로 스며들면 2차 환경오염은 물론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침출수에는 가축의 장기에 있던 대장균, 장바이러스 등 병원성 미생물과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의 경우에는 수차례 정수과정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안전하다. 하지만 지하수는 별도의 정화과정이 없기 때문에 침출수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침출수에 오염된 지하수를 사람이 마실 경우 수많은 종류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 설사병, 장염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의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일부 매몰지는 폭우에 대비해 빗물 차단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무방비 상태다. 특히 겨우내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서 약해진 지반에 빗물이 스며들 경우 매몰지에 들어 찬 침출수가 빗물과 섞여 지하수나 인근 하천으로 유출될 수 있다. 비탈진 곳에 만들어진 매몰지는 지반 자체가 무너져 침출수는 물론 가축의 사체까지 지면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정부는 구제역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긴급하게 매몰하면서 일부 부실 매몰지가 생겼지만, 매뉴얼대로만 했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매뉴얼대로만 했다면 큰 문제 없고, 문제가 있더라도 최근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월말까지 보강공사를 완료할 것"이라며 "비가 오더라도 보강공사를 마치면 국민 불안요인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박용하 상임연구원도 "가축을 매몰할 때 매뉴얼대로만 했으면 폭우가 와도 지반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장마철까지 4개월 정도 남았으니까 그 때까지 지반이 안정화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상이변이 일어날 경우에는 홍수, 산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며 "매몰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환경연구소 고도현 연구원은 "정부는 침출수를 차단하는 차수벽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현장에 가보면 급한 대로 땜질해놓은 매몰지가 대부분인데 매뉴얼만 있으면 해결이 될 것처럼 얘기한다"고 말했다.

◇침출수 유출 대비책은 '다양'…실효성은?

침출수 유출에 대해 국민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다양한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침출수를 퍼 올려 하수처리장으로 보낸 뒤 정화시켜 다시 토양에 주입하는 '양수처리법'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침출수를 직접 정수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지만 시간과 비용이 들고, 침출수를 뽑아 올리는 과정과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침출수가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또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매몰지에 차수벽을 설치해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유용성 미생물(EM)을 이용해 매몰지의 악취를 제거하는 방법도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살처분 매몰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매몰하지 않고도 구제역 감염가축을 살처분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이 밖에 매몰지에 직접 화학물질을 직접 주입해 침출수를 정화하는 방법도 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침출수에 톱밥을 섞어 소각처리하는 방식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매몰지에서 뽑아낸 침출수를 유기성 비료로 만들자는 주장을 펴 논란을 낳았다. 정 위원은 실제로 지난 7일 경기 이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침출수를 톱밥, 미강 등과 섞은 뒤 170도 이상의 고압스팀을 쏘여 멸균 처리하는 침출수 퇴비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정 위원의 방법은 보편화돼 있지만 가축농가나 전문가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일 뿐"이라며 "국민정서, 경제성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적용해볼 순 있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방법에도 정작 침출수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고도현 연구원은 "침출수가 우려를 낳는 이유는 병원성 세균이 있기 때문인데 침출수에 대해 기초적인 데이터 분석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처리에만 급급하다"며 "무턱대고 퇴비화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ijoinon@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18호(3월2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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