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구제역 사태도 '人災'였다..정부, 초기대응 미흡 인정

표주연 2011. 1. 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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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경북안동→경기북부→강원→경기남부→충청 '도미노 전파'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식 확인되기 전에 이미 경북과 경기북부 지역에 광범위하가 퍼져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 구제역 바이러스는 경북안동→경기북부→강원→경기남부→충청 등지로 도미노식으로 전염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나타났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정부의 미흡한 대응 등으로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으며, 이 바이러스가 시설업체 직원을 통해 경기북부 지역으로 전파됐다.

연천 등 경기북부로 전파된 구제역은 사료차량을 통해 강원지역으로 옮겨졌다. 이어 강원지역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원주와 같은 생활권인 여주·이천 등 경기남부지역으로 전파됐다. 경기남부의 구제역은 여주·이천과 가까운 충주 등 충청권으로 옮겨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5일 '구제역 확산원인 및 전파경로 분석결과'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경북안동 초기 대응 미흡, 화 키웠다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안동지역의 경우 초기 대응 미흡으로 화를 키웠다.

안동 지역 구제역 바이러스는 정식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지난해 11월28일보다 5일 빠른 11월23일 의심축으로 신고됐다. 이미 같은 단지의 돼지에서 항체가 검출된 것을 감안하면 11월 중순경에 이미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이동 통제 이전부터 농장인근이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초 구제역이 대단위 양돈 단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초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았다.

또 안동지역의 특성상 농가끼리 교류가 잦은 점도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된 원인으로 꼽혔다. 안동지역이 동일 성씨(집성촌)가 많아 밀접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평소에도 회합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축산 농가가 밀집되어 있었던 것도 구제역의 피해가 확산된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축산과는 다르게 한 지역 내에 많은 농가들이 밀집되어 있고 지역마다 축종이 특성화돼 있다.

이 때문에 구제역이 확인되지 않은 잠복기 중 농가를 방문한 축산관련 차량․사람 등이 다른 농가 방문 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질병이 감염되면 그 피해가 큰 경향이 있다.

공기전파, 사료 및 정액 자체의 오염 및 야생동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나 사례기 밝혀지지 않았다.

구제역을 전파한 사례를 보면 ▲축산농가 모임 등을 통해 여러 농가에 질병을 전파 ▲양돈단지와 한우농가를 오가며 임신감정이나 인공수정을 실시하여 다른 축종간 질병을 전파 ▲먼 지역에 위치한 농장이 동일한 사료(차량, 기사)를 사용하여 질병을 전파 ▲정액 배달자가 양성농장 출입이후 소독 조치 없이 다른 농장을 방문해 질병을 전파 ▲도축장으로 가축을 출하한 이송차량이 적절한 소독조치 없이 다른 농장의 가축을 출하 ▲오염지역 거주자가 청정지역 농장을 방문하여 질병을 전파하는 등의 사례가 나타났다.

◇전국 도미노 전파, 시설업체·사료차량 등 원인

구체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안동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축분 시설업체를 통해 경기북부로 전파됐다.

경북 안동 양돈단지를 출입한 시설업체 직원이 경기북부지역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전파했으며, 이어 구제역 발생 농장을 출입한 정액배달자, 사료차량, 출하차량, 수의사, 수정사 등이 연천과 인천 등 경기 북부 전역으로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겼다.

인천 강화와 김포지역의 경우 연천군 소재 구제역 발생농장을 출입한 정액 배달자가 적절한 소독 조치 없이 농장을 방문해 질병을 전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 '명품 한우'는 경기북부의 사료차량에 무너졌다.강원지역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경기 북부지역의 발생농가와 동일한 사료를 사용한 사료차량 통해 전파됐으며 횡성군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조된 사료의 배송차량에 의해 철원, 춘천, 원주, 강릉, 삼척, 영월, 고성으로 옮겨졌다.

원주, 횡성, 홍천지역의 양돈 농장들은 위탁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어 서로 질병이 전파됐다. 원주의 양돈 농장에서 사용한 사료와 동일한 사료를 사용했던 양양의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됨으로서 사료차량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구제역은 강원 지역의 구제역이 경기남부로 전파되고, 이 바이러스가 다시 충청권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파는 사료 배송차량이 주요 원인이 됐다.

경기남부지역은 원주와 생활권이 같은 여주·이천지역에서 먼저 구제역이 확인돼 강원도 횡성소재 공장에서 제조된 사료의 배송차량(사람)에 의한 전파로 추정된다.

충청지역의 경우 여주·이천과 인접한 충주의 한우농장에서 최초 발생해 사람 또는 차량에 의해 구제역이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청지역 내에서의 전파는 사료차량, 정액·동물약품 배송차량, 가축 운반차량, 오염지역 방문 등 다양한 요인이 관여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료차량에 의한 구제역 전파가 가장 위험성이 높은 전파요인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

◇정부, 양성농가에 살처분 보상금 60% 삭감

정부는 구제역 양성이 확인된 농가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 60%를 삭감하는 등 패널티를 부여할 방침이다.

정부는 구제역 양성반응이 확인된 농가와 비양성 농가를 구분해 살처분 보상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제역 양성 반응이 확인돼 인근 농가까지 살처분의 '원인'이 된 농가에는 살처분 보상금이 60% 삭감돼 지급된다.

일부 어쩔수 없는 상황은 있지만 개인이 방역을 소홀히 감염이 된 농장과 그렇지 않은 농가는 구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구제역 바이러스를 전파하는데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시설업체와 사료차량 등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염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 등의 책임을 '객관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설업체 등에 하나하나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추정은 가능하지만 감염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는 객관적 판단이 힘들다"고 말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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