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주사맞은 어미소, 새끼 젖먹을 때까지..

김영인 2011. 1. 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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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살처분 현장 '어미소의 모정' 사연 잇따라

(원주=연합뉴스) 김영인 기자 = 구제역으로 전국 곳곳에서 가축들에 대한 살처분 매몰처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미소의 죽음을 넘어서는 안타까운 모정(母情)에 방역요원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사연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최근 강원 횡성군 횡성읍의 한 농가에서 안락사 주사를 맞은 어미소가 숨지는 와중에서도 갓 태어난 새끼에게 끝까지 젖을 물린 장면이 목격돼 살처분 현장에 동원된 공무원 등 관계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살처분에 참가했던 축산 전문가 A 씨는 현장에서 믿기 힘든 장면을 목격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살처분 관계자가 어미소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근육이완제인 석시콜린을 주입하는 순간, 어린 송아지 한마리가 다가와 젖을 달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소마다 약에 반응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르지만 주사 후 대부분 10초에서 1분 사이 숨을 거두는데 이 어미소는 새끼에게 젖을 물린 채 2~3분을 버티더니 젖을 뗀 뒤에야 털썩 쓰러졌던 것.

젖을 먹은 송아지는 영문을 모르는 듯 쓰러진 어미소 곁을 계속 맴돌았고 이를 본 현장요원들은 죽음도 뛰어 넘은 어미소의 모정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A 씨는 "당시 어미소는 주사를 맞고도 2분이 넘도록 버티며 갓 태어난 새끼소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을 봤다"며 "소라는 가축도 모성애가 이토록 강인하고 위대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원주시 문막읍의 한우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수의사 조모(39) 씨도 축사 분만실에서 목격한 어미소와 새끼 송아지와의 이별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이 농가의 축사 분만칸에는 어미소 30~40마리와 태어난 지 1주일에서 한달 가량된 송아지 15마리 가량이 함께 지내고 있던 중 주위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 이들 한우도 예비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게 된 것.

새벽녘 깜깜한 축사 보온등 아래서 근육이완제를 맞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어미소를 큰 눈으로 지켜보던 송아지들은 눈물이 그렁한 채 울부짖었고 갓 태어난 새끼는 누워서 발버둥치는 어미의 젖을 찾아 머리를 들이밀기도 했다.

조 수의사는 어미소에 이어 송아지들에게 주사를 놓으려다 이 모습을 보고 돌아서서 한동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조 씨는 "주사를 놓으려니까 한 어미소는 새끼를 막아 서서는 꼼짝도 안하고 지키고 서있기도 했다"며 "병들거나 아픈 가축을 살려내야 할 수의사가 오히려 죽여야 하는 현실에 마치 저승사자라도 된 양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kimy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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