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영재를 공부로봇 만든 '카이스트 비극'

2011. 1. 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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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문고 출신 학생 자살 파문

다양한 인재 뽑아놓고 획일적 성적 경쟁 내몰아학점미달·4년이상 재학 연 1500만원 '수업료 폭탄'

"학고(학사경고) 맞으면 인간 취급도 못 받아요."

8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내에서 전문계고 출신 '로봇영재'로 알려졌던 조아무개(20·1학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틀에 박힌 성적 경쟁으로 압박하는 현행 학사 운영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의 초점은 2009년부터 시행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모인다. 카이스트는 다양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뽑겠다며 조씨 등 150명을 서류전형·면접을 거쳐 선발했다. 수학·물리·화학의 기초를 가르치는 '브리지(bridge)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조씨는 2009년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도를 따라가느라) 난생처음 밤새워 공부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학·과학의 비중이 크고 대부분 영어로 강의하는 정규 수업에서는 이들의 학업을 뒷받침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다.

숨진 조씨와 가깝게 지낸 전아무개(19)씨는 "형이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지만 시험을 치면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자연과학대의 한 교수는 "지도교수제가 있지만, 대학원생도 아니고 아직 전공도 정해지지 않은 1학년 학부생의 학업 상담이 깊이 있게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정한 성적에 못 미치거나, 8학기 이상 재학하는 학부생에게는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제도에 대한 불만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 제도는 2006년 취임한 서남표(75) 총장이 '학업을 독려하겠다'며 2007학년도부터 도입했다. 학점이 3.0(4.3 만점) 이상 3.3 미만이면 기성회비 150여만원을 내야 하고, 3.0 미만이면 0.01점당 6만여원을 납부해야 한다. 학부생이 8학기 이내에 졸업하지 못하면 그다음 학기부터는 1년에 1500여만원에 이르는 '수업료 폭탄'도 감수해야 한다.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해 말 학교 쪽과 학부 총학생회가 협의해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일부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7월 대학원 총학생회가 대학원생 900명에게 물어본 설문조사에서도, 등록금 차등 부과 및 일정 학기(석사 3년, 박사 5년) 초과자 수업료 부과 정책에 응답자의 70% 안팎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그래픽 참조)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것에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영재교육만을 앞세우다 보니 결국 인간이 수단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은 셈"이라며 "입학사정관제만 도입해놓고 실제 관리를 못한데다, 다양한 출신의 학생을 선발했으면서도 그에 걸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는 13일 교내 태울관에서 재발 방지와 대책 등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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