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에 안마까지.." 고참은 神이었다
복무중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의무경찰이 내무생활 당시 심각한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망 의경의 근무 당시 일기가 공개됐다. 특히 일기에는'신'으로 비유된 선임병들의 각종 인권유린 행위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지난해 6월 급성백혈병으로 숨진 충남경찰청 모 기동대 소속 박모(당시 22세) 의경의 어머니는 5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아들이 지난 2009년 12월 직접 작성한 미니 홈피 일기장을 공개했다.
일기장에 따르면 박 의경은 "너희(선임)는 신으로 군림해. 빨래, 짐정리, 다림질, 안마, 커피 타주기 이젠 뭘 해주기 바라니? 너희 눈엔 훈련하다 연골 나가고 발바닥 벗겨지고 깁스하는 것 안보이니? 우리는 너희가 동물 사육하듯 길들일 존재가 아니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외박·휴가 줄인다고 위협하고, 훈련으로 위협하고, 우리는 너희들 협박에 항상 가슴 졸이며 고양이 앞에 쥐처럼 살아가고 있어. 제발 부탁이니까 변해줘라, 신에서 인간으로…"라고 호소했다.
박 의경은 구타로 인한 괴로움도 피력했다. 박 의경은 "일에 치이고 이리저리 불려가 털리고(맞고)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며 "주위에 비쳐지는 내 이미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단지 안 털리려고(안 맞으려고) 바둥거릴 뿐이다"고 털어 놨다.
지난 2009년 연세대를 휴학한 뒤 입대한 박 의경은 입대 7개월 만에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해 6월 숨졌다. 박 의경의 어머니는 지난해 12월31일 인터넷 등에 글을 올려 아들이 근무 당시 '기동대 배치 직후 2시간 연속 구타', '35분 차량 내 구타', '물 못마시게 하기', '방패로 이마찍기', '보일러실 감금', '지휘관 감독 소홀' 등의 가혹행위와 스트레스로 인한 백혈병 발병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박 의경 부모와 아직 부대에 남아 있는 의경들을 상대로 기초 조사를 마쳤다"며 "선임들의 가혹 행위 여부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지만 대부분 제대한 상태라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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