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죽었다" 거짓사연 올려 성금 챙기려다..

2010. 11. 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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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어린 자식이 죽었다"는 그럴듯한 사연으로 동정표를 유발해 온라인 성금을 챙기려한 유명 커뮤니티 회원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십시일반 돈을 모은 네티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온라인 문화가 되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쇼핑몰 정보공유 'P'사이트에서는 지난달 말 한 회원을 위한 자발적 모금이 이뤄졌다. '좋은아빠되기'라는 ID의 회원이 "딸이 불치병에 걸려 죽었다"는 글을 올린 뒤 동정론이 형성된 뒤다. 이 회원은 사이트 내 중고장터에서 불성실하게 거래하면서 물건을 사려던 회원들의 불만을 받자 아픈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선처를 바랬다.

다수의 회원들은 "힘든 일이 있는지 몰랐다. 힘닿는 대로 돕고 싶다"고 위로했고 130여명이 회원이 십시일반 130여만 원을 걷었다. 개인적으로 물품을 보내주거나 개인 성금을 하겠다는 회원도 있었다.

하지만 따뜻한 정이 살아있다는 성금 답지 소식은 결국 씁쓸함만 남겼다. 4일 저녁 '좋은아빠되기'는 "그동안 글은 거짓이었다. 회원들께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고 장터에서 문제를 일으키면서 공분을 사게 되자 "애가 많이 아파 정신이 없다"는 식의 글로 상황을 모면했다.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회원 반응이 호의적으로 변하자 계속 거짓말을 한 것. 그는 "아이 병원비가 없어 집에 있는 물건을 내다 파는 중"라면서 계속 물건을 팔았고, 바쁘다는 점을 내세워 물품을 늦게 보냈다. 결국 "딸이 죽었다"는 글로 네티즌들의 성금까지 챙기려 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은 '좋은 아빠되기'가 이전에 남긴 글에서 그가 미혼이라고 밝힌 점 등을 이상하게 여겼다. 한 회원은 '좋은 아빠되가'가 아이의 장례를 치렀다고 밝힌 지역 화장터에 전화를 걸어 같은 이름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까지 했다. 결국 자신의 거짓말이 들킬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사죄의 글을 올렸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돈을 보낸 회원들은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회원은 "착한 사람들의 성의를 기만한 행위"라며 "중고 거래에 아이의 죽음을 이용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어이없어했다.

또 다른 회원은 "다른 사이트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며 "선의를 이런 식으로 악용하는 네티즌이 늘어날까 걱정된다"고 적었다.

회원 자발적 성금을 대신 전달하려던 사이트 운영진은 그동안 모인 성금을 회원에게 돌려주거나 타 기관에 기부하겠다고 공지를 띄워놓았다.

하지만 일부 회원은 "모금을 시작할 때 받는 사람의 자격을 조금이라도 확인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네티즌의 정성이 엉뚱한 곳에 쓰이지 않게 운영진 입장에서 최소한의 확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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