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이었으면 폭행·욕설 했겠나"

2010. 9. 18.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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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소지 무혐의 처분 방글라데시 유학생 "경찰이 가혹행위" 주장 논란

경찰이 방글라데시 유학생을 마약소지 등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중에 무혐의처분을 받은 이 유학생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을 낼 것으로 보여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레자울 카림(21)씨와 가족 등에 따르면 카림씨는 수도권 D대 영어영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4월 15일 직접 학교로 찾아온 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들에게 마약소지 등 혐의로 붙잡혔다.

평소 담배도 피지 않는 그는 연행되는 동안 계속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형사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여기는 카메라도 없으니까 증거도 없다"며 수차례 뒤통수를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또 4월 15~17일 유치장에서도 화장실과 같은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폭행하고 "빨리 자백한 뒤 너희 나라로나 가라"는 등의 협박까지 했다.

그는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아 당시 함께 있던 한국인 여자 친구와도 끝내 헤어졌다"며 "내가 한국인이거나 백인이었으면 이런 취급을 받았겠냐"고 억울해 했다. 그는 또 "2007년 4월 국내에 들어와 학교에서 장학금을 계속 받을 정도로 착실하게 생활했지만 이번 일의 충격 때문에 이달부터 1년간 휴학 중"이라며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에까지 찾아와 온 집을 모두 샅샅이 뒤지는 바람에 가족 모두가 아직도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는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 경찰은 카림씨를 조사한 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등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돼 카림씨는 풀려났고, 최근에는 검찰에서 무혐의처분까지 받았다. 그는 "형사가 나에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로 보여 준 것은 내가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집에 돌아가는 동영상뿐 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좀처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담당 형사는 "그 부분에 대해 할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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