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밴 욕설..몸에 밴 폭력.. "애들이 무섭다"

2010. 7. 1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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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세대 1315] <1> 통제불능의 교실청소년 일탈 연소화 훈계·체벌 안 통해어른 뺨치는 행태 6학년 담임 기피도

"성인인 제가, 마우스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마구 뛰어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인지 믿기 어려웠어요."

주부 배모(41)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E초등학교 6학년이던 딸 소영(13ㆍ가명)이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동급생들의 사소한 말다툼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사이버테러로 이어졌기 때문. 배씨는 "욕설의 수위와 성(性)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는 보호자가 보기에도 치가 떨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친구들이 소영에게 보낸 문자엔 "그지X" "배가 나온 게 홍00(같은 반 남자애)랑? 임신축하 .~"등의 언어폭력이 동원됐고, 소영의 싸이월드 홈페이지 방명록엔 '엄X'(네 엄마 XX) '썩X'(썩은 XX) 같은 욕들로 도배가 됐다. 심지어 "네 얼굴 XX 주물럭거려줄까" "교실에서 나대면 뒤져" 등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소영양은 충격으로 한 달 이상 학교를 나갈 수 없었고, 결국 올해 1월말 소영네는 경기 남양주시로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소영이는 밤이면 창을 잠그는 등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행여 후에 기록이 남을까 봐 정신과 치료도 미뤘다.

배씨를 더 기막히게 한 건 가해학생들의 면면과 학교의 반응이었다. 겉보기엔 예의 바르고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은 소영이에게 특별한 원한도 없다고 했다. 배씨는 "가족끼리 왕래를 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다들 뭐 그게 대수냐는 투였다"고 했다. 교장은 끔찍한 욕설과 사이버테러를 알고도 "아이들 사이에 흔한 일이니 좋게 넘어가자"고 얼버무렸다.

소영이 사례는 기실 특별할 것도 없다. 현장에선 "어쩌다 이 지경까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부모 품에서 어리광을 부릴 나이,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들이라고 여겼던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한 시기질투를 부리고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각종 범죄에 빠져들기도 한다.

<지금 6학년 교실에서는>의 저자 김영화(57ㆍ서울 서래초등학교) 교사는 "예전에도 욕설이나 폭행 등 초등학교 6학년의 일탈 행위가 있었지만 훈계나 체벌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됐지만 현재 6학년 교실은 통제불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혼내기라도 하면 학부모가 전화해 교육청에 인격모독으로 신고하겠다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교사들은 학생 지도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오죽하면 해마다 2월말이면 6학년 담임을 배정하는데 모두가 거부해 교장이 애를 먹기 일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6학년 때 시작된 교실 붕괴의 조짐은 중학교로 올라가면 더욱 심해진다. 학생들간 문제에 더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올해 5월 인천의 한 중학교 2학년 김모(14)군은 체육교사 면전에 대고 "00새끼"라고 욕을 했다. 교사가 체벌을 하자 학부모는 교사를 형사 고소했다.

과거 청소년의 문제가 보통 중학교 3학년 이후에 집중됐다면, 요즘에는 그 연령대가 2~3년 가량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달 또래 여학생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엽기적으로 시신을 유기한 사건의 주역들도 13~15세 아이들이었다. 아직 이성이 성숙하기 이전의 어린 나이다 보니 나중 일을 생각하지 않고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는 점에서 이들은 통제불능의 시한폭탄에 비유될 수 있다. 이름하여 B(Bomb)세대라 할 만하다.

하석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국장은 "피해학생 보호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등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실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제정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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