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경찰] 성과주의 어떻게 운영되나

2010. 7. 1. 02: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범인 검거·사건 해결 신속도 등 점수화최우수는 주말 휴무·최하위는 집중 감찰

경찰청은 2006년 4월부터 정부 업무평가기본법 시행에 따라 다른 행정부처와 마찬가지로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검거실적, 교통사고 감소실적, 주민대상 치안 고객만족도 조사결과 등의 평가항목을 두되, 각 지방청의 자율운영을 강조했다. 이후 성과주의가 조직에 긴장과 경쟁을 불어넣어 활력과 실적을 내고 있다는 자체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유독 서울경찰청의 '조현오식 성과주의'는 일선 서장의 하극상까지 불러왔을까. 경찰 내부에선 조현오식 성과평가가 옥상옥(屋上屋)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청이 시행하는 치안성과평가만 해도 일선 서가 감당하기 힘들 텐데, 서울청에서 추가로 한층 강한 잣대를 들이미니 (일선 경찰의) 고충이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부임 직후인 2월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에 '경찰서 관서평가' 지침을 내렸다. 살인 강도 등 주요범죄 발생건수, 교통사고 현황, 직원 수 등을 고려해 치안 수요가 많은 순서대로 A(영등포 중랑 마포 등 10곳) B(강북 강동 금천 등 14곳) C(종로 은평 혜화 등 7곳) 등 3개 그룹으로 분류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평가는 두 달에 한 번 청문감사 생활안전 수사 형사 교통 등 각 기능별로 이뤄진다. 형사의 경우 기획수사로 범인을 얼마나 잡았는지, 강ㆍ절도 사건을 얼마나 빨리 해결했는지 등으로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서울경찰청은 평가결과에 따라 경찰서 관리 방식을 달리했다. 각 그룹에서 '가'(최우수)등급을 받으면 서장에게 서 운영에 대한 전적인 자율권을 주고, 서장과 각 과장들에게 월 4회 주말 휴무를 보장했다.

그러나 최하위인 '다'등급이면 집중감찰을 받는다. 성과주의에 반발한 강북서는 B그룹에서 4개월 연속 '다'를 받아 20일간 감찰을 받았다. 업무태도뿐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파고드는 집중감찰은 '떼감찰'로 불릴 만큼 공포의 대상이다. 설상가상 전체 등급과 관계없이 기능별 하위 3개서는 해당 기능에 대한 감찰을 또 받아야 한다.

수시로 바뀌는 평가 기준도 문제다. 최근 양천서 형사들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피의자를 고문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자백에 의한 여죄 규명 배점을 줄이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일선 경찰들은 "매주, 매달 세부지침이 바뀌니 헷갈린다"고 불평했다.

더구나 매년 평가해 성과급과 우수관서 포상을 하는 본청의 치안성과평가와 달리 서울청의 평가는 두 달마다 이뤄지고 인사와 연동된다는 점도 일선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알파클럽] 당신의 소중한 주식자산은? 1:1 무료상담 신청!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