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자 불인정에 망연자실한 금양호 유족들

임지영 toto@sisain.co.kr 2010. 6. 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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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 금양98호 선원의 가족대표 7명이 6월9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모였다. 총리실 사무차관을 만나러 온 길이다. 실종 직후부터 두 달 동안 매일같이 보던 얼굴들이다. 속속 도착한 가족들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전날 발표된 금양호 선원의 의사자 불인정 소식 때문이다. 6월8일 보건복지부 산하의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금양호 선원 9명 전원을 의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사상자 예우 및 지원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되면 유가족은 등급에 따라 최대 1억9700만 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관련법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다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심사위는 금양호 선원들이 의사자 요건에 해당하는 급박한 위해 상황, 직접적인 구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심사 당일 보건복지부 청사 지하 매점에서 세 시간 가까이 마음 졸이며 소식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망연자실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시사IN 임지영 금양호 가족대표인 이원상씨

가족대표인 이용상씨의 동생 이원상씨는 49제 이전까지 술자리를 피했다. 피붙이가 바다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술잔을 부딪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실종 34일 만인 5월6일,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렀다. 선체 인양과 수색까지 포기하고 의사자 지정을 바라던 가족들이다. 정부종합청사 내 벤치에서 이원상씨에게 이번 일에 대한 심정과 그간의 근황을 들었다.

의사자 불인정 소식을 처음 듣고 어땠나?

가족 대표로서 나머지 가족들을 볼 면목도 없고 가슴이 먹먹하다. 소식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실망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시신 없는 장례도 치렀다. 정부 말만 믿고 기다렸다. 의사자 지정 심사 날짜도 계속 미뤄지기만 하더니 안 된다고 했다. 주변에선 의사자 신청만 한 건데 이미 의사자 지정이 된 줄 알고 있더라. 답답했다.

불인정 사유에 대해선 납득하나.

심사결과 자체에 불복한다. 지금 생각하니 의사자 지정 심사위를 연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한 쇼가 아니었나 싶다. 사건의 긴박성 부족, 실질적인 구조작업 활동이 아니었다 하는 점을 들었는데, 백가지 요건 있으면 백가지 다 맞아야 하는건가. 상황에 따라 해석의 여지 있는 것 아닌가. 목숨 잃은 한준위도 사실 그런 상황이었다. 군인이냐 아니냐 신분 차이만 있는 것이다.

장례식 이후에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나.

장례식과 의사자 결정 발표 사이 기간이 길어서 가족들 일부만 인천에 남아 있었다. 선원 안상철씨 동생 안상호씨와 선장 김재후씨 가족인 김재훈씨와 함께 총리실, 관공서 등을 찾아다녔다. 따로 사무실이 없어서 그때그때 되는대로 생활했다. 모텔 생활도 길어지니 힘들어 가족분들 댁에서 신세도 지고 있다. 다른 분들도 생업에 제대로 돌아간 게 아니라 이 일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느라 제대로 일상 생활이 안 된다. 기다림이 길었다. 의사자 지정 심사 날도 계속 미뤄졌다.

ⓒ시사IN 안희태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숨진 금양호 선원 빈소. 쓸쓸한 빈소가 앞날을 말한 것일까? 이들은 결국 의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총리실 관계자 면담은 왜 하는 건가.

의사자 지정이 안 됐으면 뭔가 다른 대책이라도 있는지 물으려고 한다. 사실 만날 때마다 같은 말만 반복한다. 앵무새 같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얘기 들어보고 아니면 우리도 좀 더 강력한 행동에 들어가려고 한다. 사실 총리가 먼저 의사자에 준하는 대우나 예우를 했으면 한다고 국민들 앞에서 말했던 것이다.

천안함 성금 중 1억2500만원을 지급받았다는데

많은 분들이 이미 지급을 받고 일단락 된 줄 아는데 예정이라는 것만 안다. 의사자 결정이 되고 나서야 무엇이든 진행될 수 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한편 금양87호의 선주인 금양수산 측도 지난 6월7일 기자회견을 열고 침몰 선박 금양98호의 보상 대책을 촉구했다. 금양수산은 금양97호, 금양98호, 운반선원 3대로 쌍끌이 어업을 해 왔다. 인천에서 사무실 인원 2명, 운반선원 4명, 금양호 12명 등 총 18명이 일하던 금양수산은 사고 이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금양수산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한테 숙박비 등 경비 4500만 원 정도를 지원했다. 돈이 없어서 더 이상의 보상을 못했다. 쌍끌이 어선은 한 대만 없어도 다른 일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금양수산은 이번 사고로 피해액이 10억원이 넘는데도 정부쪽이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양수산 관계자는 "해군이 요청하지 않았다면 사고 해역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정부 보상이 없다면 금양수산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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