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준 게 뭐냐.. " 젊음은 투표날만 별렀다

입력 2010. 6. 4. 02:39 수정 2010. 6. 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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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예상 깨고 일자리 등 실정(失政) 질타 한목소리트위터·블로그 함께 커피당 같은 소모임도 활발

"대학생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요? 이번 선거를 별러왔습니다. 일자리 만들어준다, 등록금도 반으로 깎아준다고 해놓고 정작 해 준 게 뭡니까. 우리가 계속 참기만 할 정도로 어수룩하진 않아요."(한신대생 김모씨ㆍ23)

"한나라당에 한계를 느낍니다. 민주당도 노풍을 선거에 이용했다는 거 뻔히 압니다. 하지만 최악보다 차악(次惡)을 뽑는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집회를 사과하는 이가 없다고 했을 때, 꼭 투표를 해서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싶었어요."(회사원 이모씨ㆍ35)

젊음은 매서웠다. 각종 여론조사 등 예상과 달리 여당에게 완패를 안긴 6ㆍ2지방선거에서 20, 30대는 막판 괴력을 발휘하며 판을 뒤흔들었다. 전문가들도 낮 12시 이후 급증한 투표율과 네티즌들의 결집 움직임을 들며 젊음의 힘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 수많은 젊은이들이 트위터 등 신종 전달매체와 홈페이지 등 사이버 개인공간을 통해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한 사진(인증샷)과 소감 등을 올리는가 하면, 투표자에게 경품을 주는 이벤트 등 '신성한 권리'를 신나는 놀이로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을까. 막강한 조직도 없이 대부분 익명에 기대어 대화를 주고 받는 트위터 등이 젊음을 결집시켰다고 보기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북풍(北風)과 노풍(盧風), 전교조 사태로 촉발된 보수와 진보의 격돌 틈바구니에서 젊은이들의 표심을 움직인 건 따로 있었다.

그들은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젊은이들은 기성가치와 대결구도를 거부했다. 그들을 투표소로 이끈 건 팍팍한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20, 30대가 주축인 2010유권자희망연대의 천준호(39) 운영위원장은 "(이번 선거결과는) 취업 등록금 사교육비 주택마련 양육비 등으로 고통 받는 젊은 층이 현 정부의 실정을 꼬집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선거 전부터 포착됐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0일 서울시에 20대를 위한 정책을 펴라고 촉구하면서 지방 학생들의 주소를 서울로 옮겨 서울시장 후보들을 압박했다. 20대를 위한 저가 임대주택 1만호를 짓고, 자취방 보증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라는 요구였다.

새내기 대학생 이진우(20)씨는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이 거론되곤 하는데, 대학생들은 인습이라 여기고 신경도 안 쓴다. 대학에 오자마자 학점 걱정에 취직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 대한 거부감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젊은층은 4대강 개발,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이명박 정부의 구시대적 일방 독주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연령대보다 크다"며 "부자 감세, 대기업 육성 등 정부가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한 것도 불만을 낳은 것 같다"고 했다.

나 홀로 NO! 더불어 YES!

투표로 정부 여당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움직임은 소모임 형태로 나타났다. 주위 사람들도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자는 취지였다. 커피당(Coffee Party)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일 창당해 1,000여명의 회원을 모았는데, 선거 사흘 전엔 전국 300여 곳에서 후보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자며 '알고 찍자! 커피 파티'를 열었다. '1+10=기적'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투표를 결심하지 않았거나 투표방법을 잘 모르는 가족과 이웃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는 막걸리당 등 유사모임으로 확대됐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 신종 전달매체는 이들의 단결무기였다. 2010대학생유권연대의 성정림(28) 언론홍보팀장은 "친구들에게 말로 권유하는 것뿐 아니라 홈페이지 방명록에 투표 참여 결의 릴레이 등을 함으로써 모르는 이들의 투표 참여까지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여기지만 실은 기존 정치권에서 알지 못할 뿐, 그들은 이메일 블로그 트위터 등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 열기는 2012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 위원장은 "많은 젊은이가 이번 선거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가 구시대적 정치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그 아쉬움이 다음 총선 때 더한 심판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생 장모(24)씨는 "이념이나 정치적인 거대 담론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며 "대통령 선거 때까지 2년간 정부가 소시민들의 힘든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하는지 지켜보겠다, 표로 심판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이태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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