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간이 없다> ⑥ 보육료 지원 유명무실

2009. 12. 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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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저소득층 위주..중산층엔 혜택 없다어린이집.유치원은 `바가지 보육료'.."규제 필요"(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내년 초 직장에 복귀하는 김수정(가명.여.35) 씨는 애들 보육료 생각만 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유치원 반일반에 다니던 큰 아이는 종일반으로 옮기고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니 당연히 돈이 더 들죠. 그런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들줄 몰랐네요"

김 씨의 큰아이가 종일반으로 옮기면서 더 내야 하는 돈은 월 14만원. 유치원에 내는 돈을 모두 합치면 51만 원이다. 작은 아이의 어린이집 보육료는 월 42만2천 원. 여기에 아이들 아침밥을 먹이고 유치원 등에 데려다 줄 도우미 보수가 월 30만원에 달한다. 유치원이 김 씨의 출근 후인 9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도우미를 쓸 수밖에 없다.

"월급 실수령액이 200만 원 조금 넘는데 유치원하고 어린이집 보내는 데만 120만 원 넘게 들어가네요. 옷값, 화장품, 교통비 등 직장 다니면서 필요한 돈을 제외하면 제 손에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어요. 둘 낳아 키우기 정말 어렵네요"

◇ 출산율 낮은 중산층, 보육료 혜택 가장 적어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전국 5천 가구의 평균 자녀 수를 조사한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2분기 기준 330만 원인데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월소득 330만~461만 원 계층이 자녀 수가 1.58명으로 가장 적었다. 반면 고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는 462만 원 이상은 자녀 수가 1.71명이었고, 서민층이라고 할 만한 199만~329만 원 계층은 1.68명이었다.

소득이나 생활수준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중산층의 자녀 수가 가장 적은 것이다.전광희 한국인구학회장은 "중산층은 보육비나 사교육비 부담을 고려해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국가의 기반인 중산층이 애를 안 낳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대부분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지원책인 보육료 지원에서도 중산층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현재 둘째 아이를 낳으면 소득인정액 하위 70%까지는 보육료 지원 혜택을 받는다. 상위 30%를 제외한 70%가 혜택을 받으니 언뜻 보면 중산층도 대상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보육료 혜택을 받으려고 하면 뜻밖에 소득이나 재산 기준이 낮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자녀 2명이 있고 맞벌이를 하는 이 모 씨 부부는 월소득이 300만 원 가량이며 1억5천만 원의 전세에 산다. 저축액은 3천만 원, 빚은 1천만 원 가량이 있다. 중산층보다는 서민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서울시보육포털서비스(iseoul.seoul.go.kr)의 `보육료 알아보기' 코너에 들어가 이 씨 부부가 보육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입력 사항을 집어넣으니 놀랍게도 선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부부 합계소득이 월 300만 원이지만 집이나 저축 등의 재산을 고려해 계산되는 소득인정액이 482만 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육담당관실 관계자는 "중산층이라면 사실상 보육료 혜택을 받기 어렵다. 통계를 보면 서울시내 영유아 중 52.3%만이 보육료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불법 보육료 예사..지원액도 비현실적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료가 너무 높지 않나 싶은 김 씨는 집 근처의 다른 시설과 친구, 선배들이 애들을 보내는 어린이집 등의 보육료를 알아봤다.

결과는 대동소이하다는 것이었다.김 씨가 알아본 6곳의 어린이집 중 5곳의 어린이집이 보육료가 40만 원이 넘었다. 구리의 P 어린이집은 기본이 49만 원, 방과 후 활동비를 합치면 59만 원에 달했다. 보육료가 30만 원을 밑돈 곳은 단 한 곳 뿐이었다.

유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김 씨가 알아본 4곳 모두 종일반비를 합치면 50만 원 안팎의 유치원비를 내야 했다.

"다들 생활수준이 비슷해서 영어 유치원은 꿈도 못 꾸죠. 그런데도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가네요. 하나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집 근처 어린이집에 물어보니 전화상으로 얘기를 안 해주더라고요. 반드시 방문 상담해야 한다는 거예요. 특히 종일반비 같은 건 절대 얘기 안 해줘요"

왜일까. 바로 어린이집에서 받는 종일반비나 급식비 등이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보건복지가족부 보육사업기획과의 신인식 사무관은 "어린이집은 기본 보육시간이 오전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여서 종일반비가 있을 수 없다. 급식비도 따로 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종일반비나 급식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가격을 올려받기 일쑤다. 엄연한 불법임에도 단속의 손길은 느슨하기만 하다. 피해자는 결국 아이의 부모들뿐이다.

김 씨는 "아이들 맡기는 처지에서 왜 이런 걸 더 받느냐고 말할 수는 없죠. 둘째 애도 정원이 차서 안 맡아주겠다는 걸 억지로 맡겼는데. 내 아이를 냉대할까 봐 그런 말은 절대 할 수 없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보육료는 이처럼 치솟고 있지만, 저소득층에 주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액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만 0세는 38만 3천 원이지만 1세 33만7천 원, 2세 27만8천 원, 3세 19만1천 원, 4~5세 17만2천 원이다.

김 씨가 알아본 것처럼 시중 유치원 비용은 월 50만 원 안팎으로 치솟았지만 만 4~5세 지원액은 그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보육료가 저렴한 국공립 시설로 보내면 좋겠지만, 정원이 너무 적어 전체 영유아의 20% 가량만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조윤정(여.37) 씨는 "정부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지금 애 하나 낳아 키우고 있는데 보육료니 사교육비니 생각하면 둘째는 별로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소득과 관계없이 만 5세 이상 무상보육 실현 등을 통해 중산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또 적절한 규제를 통해 유치원 사교육비가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연합뉴스폰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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