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간이 없다 ⑤ 남편도 육아 주체

2009. 11. 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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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의무 육아휴직 파파쿼터제 도입 필요근본 해결책은 양성 평등(서울=연합뉴스) 이상원 임수정 기자 = "같이 키워야 하는데 뭐가 고마운 일인가요"2005년 10월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 8개월째인 2006년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김현오(40. 서울메트로) 씨는 육아휴직을 쓴 데 대해 `부인이 고마워하던가요'라는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겸연쩍은 웃음 속에 육아는 부부의 공동책임인데 이상한 걸 묻는다는 의미도 있어 보였다.

김 씨는 "맏이를 장모님이 봐주셨는데 죄송스러워 둘째는 직접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부부 중 육아휴직을 써야한다면 수입이 적은 부인이 쓰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남성 육아휴직 유명무실..잘못 썼다간 '승진에 관심없다' 낙인노동부에 따르면 2005년 208명이었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06년 230명, 2007년 310명, 2008년 355명으로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24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7%(89명) 증가했다. 상승 추세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너무 작은 숫자다.

올해 상반기만 보더라도 전체 육아휴직자 1만7천541명 중 남성의 비중은 1.4%에 그친다.

아버지의 육아휴직 의무 할당제인 `파파쿼터제' 도입 운동을 하는 천준호 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는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가 있지만, 현실에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남성 사용자 중에서 공공 부분을 뺀 민간 부분은 100여 명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천 대표는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를 대기업 인사담당자인 회원의 말을 빌려 설명했다.

`육아휴직을 쓰겠다면 승진엔 욕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하면 다른 사람의 업무량이 늘어나 동료들까지도서로 불편해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 김양지영 조사연구부장은 "공무원인 여성 교사들도 육아휴직을 하면 '승진 의사가 없다'는 낙인이 찍히는 분위기인데 사기업의 남성이 (육아휴직을) 시도하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부분 월급 없이 휴직 기간에 매달 50만 원의 휴직 급여만 받는다. 맞벌이 부부가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면 월급이 적은 쪽이 쓰는 게 유리하다.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남녀 각각의 중위임금(근로자가 받는 임금을 나열할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임금)을 비교한 소득 격차는 38%다. 남성의 임금이 여성보다 38% 많다는 의미다.

서울메트로의 김 씨는 "원래 3개월 육아휴직을 하려고 했지만 2개월이 지나자 돈이 쪼들려 나머지 한 달을 못 채웠다"고 했다.김 씨는 아내가 간호사이고 서울메트로는 육아휴직을 하는 아버지들에게 3개월간 기본급 100%를 지급하는 데도 목표했던 휴직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 아빠 참여없는 저출산 해결 '실효성 없다'남성의 육아 참여는 출산율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OECD 회원국이면서 OECD 평균보다 높은 출산율을 기록한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보면 알 수 있다. 2006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출산율은 1.65명이고 노르웨이는 1.90명, 스웨덴은 1.85명이다. 우리나라는 1.13명이었다.

저출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노르웨이는 파파쿼터제를 도입해 신생아를 가진 아버지가 6주 동안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맞벌이부부 모형에 맞춰 출산정책의 틀을 바꿨고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하고 저출산 탈출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 보건성의 조사 결과, 남성의 육아참여 시간이 2시간 이하인 가정이 아이를 갖지 않을 확률은 77.8%였지만, 육아 시간이 6∼8시간인 가정은 35.7%에 그쳤다. 일본은 파파쿼터제를 도입해 남성들의 육아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 "남편들이여 제발 변해라"우리나라에서도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파파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청년연합회의 천 대표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아버지들을 위해 파파쿼터제 같은 의무 휴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파파쿼터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육아휴직 급여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남성들이 가정의 생계를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휴직급여가 통상급여의 100% 가까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육아를 포함한 가사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양성 평등의 실현이 저출산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구경숙 정책국장은 "아내들이 남편에게서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내가 도와줄게'다"며 "남편도 아내와 함께 절반의 책임을 가진 사람인데 남성들 대부분은 육아와 가사를 자기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 `출산장려 및 고령화대응정책의 주요 선진국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상당 기간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시행했지만 성분업적 역할규범이 비교적 강하게 유지되고 남성부양자 중심의 정책이 우세해 출산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비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파파쿼터제, 맞벌이부부형 출산정책 등 직장과 가정생활에서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해 출산율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전신애 전 미국 노동부 차관보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가 일하는 여성을 존중하고 도와줘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남편이 변해야 한다. 집안일 부담을 줄여 줘야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 낳는 걸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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