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1등 시민 훈계 '政반하장'

2009. 2. 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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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연 '66개국 법질서 경쟁력' 산출정치인 7개 세부지표 중 4개 최하위 수준시민은 1개 불과… "떼법보다 부패척결부터"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것, 노사문화, 거리시위문화, 북한 핵 때문에 국가 브랜드 가격이 낮다." (이명박 대통령, 1월30일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서)

"'떼법'의 만연으로 국가경쟁력이 저하되기도 했다.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해 법질서 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김경한 법무부장관, 2월9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신년사에서'떼법'척결을 강조한 이래 법질서 확립은 현 정부의 지상 과제가 됐다. 위의 발언들에서도 드러나듯 그 표적은 촛불집회, 용산 참사 등으로 대표되는 시위, 파업 등 일반 시민과 노동조합의 단체 행동이다.

그러나 25일 본보가 입수한 산업정책연구원의 법무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표적을 한참 잘못 잡았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6~10월 세계은행 등의 연구 선례를 참고로 통계자료와 설문조사를 통해 부문별 법질서 경쟁력 순위를 세계 66개국과 비교, 산출했는데, 그 결과 부문별 법질서 경쟁력은 시민이 '일등', 정치인이 '꼴찌'였다. 정부와 기업도 바닥권에 머물렀다.

정치인 부문의 7개 세부지표 중 2개 지표만이 20위권에 포함됐고 4개는 50위 이하의 최하위 수준이었다. 정부 부문도 19개 세부지표 중 최하위권 6개를 포함해 13개가 30위 밖이었다. 기업 부문 역시 16개 지표 중 20위권은 4개에 그쳤다.

반면 시민 부문은 20개 세부지표 중 11개가 20위권에 포함됐고 최하위권은 '소비자의 불법복제품 수용정도' 1개에 불과했다. 특히 '떼법'관련 지표라 할 수 있는 '공공질서의 유지정도와 준수정도', '범죄 및 폭력에 따른 사업 손실' 지표도 각각 23, 24위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이를 근거로 연구원은 법질서 확립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입법활동 활성화 및 정치인 부패척결 방안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2013년까지 정부, 기업 및 노사문제, 개인 및 사회전반의 법질서 함양의 순서로 법질서 확립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선진화를 위해서는'떼법'보다 정치인과 정부, 기업의 불법 및 법규 미비에서 오는 폐해를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고 효과도 크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부문은 뒤로 하고 덜 시급한 부문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법무부가 지난 4개월 동안 보고서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채 연구원에 보완을 요청한 배경이 무언지도 관심거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용역 의뢰를 '없었던 일'로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보고서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무시하고 기존 정책방향을 고집한다면 '신공안정국 조성용'이라는 반대세력의 비판이 높아질 것이 뻔하다. 법무부는 참여정부 때도 형사정책연구원에 대통령의 특별사면권과 관련된 연구를 의뢰했다가 결과가 '사면권 제한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나오자 내팽개쳤던 전례가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에도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질서 지수 모델을 요구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보완을 요청한 것이며 보고서 내용과는 무관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법무부가 구체적 (법질서) 지수 모델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요구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아 내부적으로 보완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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