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미네르바 의혹'-1-2(끝)

2009. 1. 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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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은 미네르바로 지목한 박모(31)씨를 22일 구속기소하면서 그간 박씨와 미네르바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검찰은 `진짜 미네르바'가 따로 있지 않고 박씨가 대중의 관심을 끈 글을 모두 썼다는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월간지 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가 미네르바일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 박씨는 경제학 전문가(?) =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발표가 나자 경제학이나 금융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없는 전문대 졸업 학력의 무직자인 그가 진짜 미네르바인지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2004년 7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경제 관련 서적을 91차례 대출했고 지난해 7월21일 이전에 S경제연구소의 인터넷 회원으로 가입해 각종 자료를 열람하는 등 독학을 통해 이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을 쌓았다.

검찰은 박씨가 개인적 호기심으로 경제 관련 학문을 공부했으며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외에도 주식 전문 사이트에 단문 500여편을 올릴 정도로 `다작형'(多作型) 인터넷 논객이었다고 밝혔다.

또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경제 전문 언론이나 블로그, 사이트도 능숙하게 검색해 정보를 모으고 이를 조합하는 능력이 출중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 진짜 미네르바인가 = 박씨가 체포된 뒤 월간지 신동아가 미네르바로 자처하는 K씨와 한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미네르바 진위 논쟁이 벌어졌으나 검찰은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했다.

검찰은 박씨가 쓴 280여편 가운데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작성한 256편이 올려진 인터넷주소(IP)가 그가 집에서 사용하는 고정 IP였고 IP를 조작한 흔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제3자가 미네르바의 IP로 자신의 IP를 조작해 글을 올렸다고 해도 이 IP를 사용해 다음 사이트에 접속해 글을 올린 사람들의 ID를 검색하면 IP를 조작한 사람의 ID가 함께 발견돼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네르바 필명으로 글을 올린 시점과 박씨 컴퓨터의 다음 사이트 로그인 기록도 정확히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검찰이 `실력'을 검증하려 즉석에서 글을 요구했을 때 박씨가 `=== > > > ' 등 미네르바의 글에서 나타나는 특유한 표기와 `-25%∼-30% 감소 추세'처럼 마이너스(-) 기호가 있음에도 `감소'라는 단어를 쓰는 버릇 등도 박씨가 미네르바임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씨와 검찰 모두 "절대 아니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체포 당시부터 "신동아와 인터뷰하지 않았다"고 줄곧 부인해왔고, 검찰도 박씨의 이메일 내용을 분석한 결과 리먼브러더스 파산 예측 글을 올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방송사 2곳, 일간지 5곳, 주간지 1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미네르바임이 확실하고 공범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 왜 허위사실인가 = 검찰은 박씨 글 280여편 가운데 2건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30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라는 제목으로 "외화예산 환전 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이라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인터넷에서 8월1일자로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다는 기사를 보고 `정부의 외화보유액이 고갈돼 업무를 중단했다'고 근거없이 판단하고서 이 글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가 8월1일부터 외화예산 환전 업무를 중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재정차관을 상환하기 위해서였지 박씨가 사실로 단정한 것처럼 외화보유액이 바닥났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29일 같은 사이트에 `정부 긴급 공문 발송-오후 2시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정부가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으로 전송했다'는 허위사실을 담은 글을 올린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당시 정부가 금융기관에 투기성 달러 매수를 자제하고 기업에 환차익을 노린 달러 매수를 권유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은 투기성 가수요가 유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객관적 근거는 없었지만 흐름을 보면 그럴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질적 피해 있었나 = 박씨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30분께 글을 올린 뒤 오후 2시30분부터 폐장까지 30분간 달러 거래량은 11억8천250만 달러로 이날 하루 거래 총액의 35.16%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영업일인 12월26일(14.5%)과 이튿날인 12월30일(17.22%)의 같은 시간대보다 각각 배 이상 높은 수치이고 12월 한 달 간 이 시간대 거래비율과 견줘도 배 정도 높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또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달러 거래는 37억8천만 달러였으나 문제의 글이 게시된 다음 날인 12월30일 거래량은 59억9천만 달러로 20억 달러 이상 증가해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정부의 외화보유액이 쓰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개인ㆍ소상공인이 많이 이용하는 국민은행 외환거래부 통계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12월 개인의 하루 평균 달러 매수량은 1억 달러 미만이었지만 글이 게시된 29일 1억4천만 달러, 30일 3억6천만 달러로 증가하는 비정상적 흐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이런 결과가 모두 박씨의 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박씨의 글로 외화보유액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계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외신에 소개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 한 마디로 박씨는 상당한 공신력을 가진 언론이었다"고 평가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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