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아무일 없는 듯 4대강 공사 강행

2011. 4. 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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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낙동강 18·32공구 속도전 현장"공기 맞춰라" 안전 뒷전.. 한 달 새 3명 희생 당해유가족 "철저 조사를" 애도기간도 생략 '씁쓸'

한쪽에선 사고…

지난 15일 오전 경남 창녕 남지읍 남포마을 앞 낙동강 사업 18공구 현장에서 지반 침하 탓에 강으로 전복돼 사망사고를 일으킨 포클레인을 타워크레인이 인양하고 있다. | 김정훈 기자

"강가에서 작업하면서 구명조끼도 안 입히고…."(김병호씨·34·유가족)

지난 15일 오후 6시쯤 경남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 남포마을 앞 함안보의 낙동강 18공구 포클레인 인양현장. 이날 오전 7시40분 포클레인 작업 도중 사망한 최모씨(46)의 유가족이 현장감식을 나온 경찰에게 한 말이다.

◇ "포클레인이 갈 수 없는 곳인데…" = 포클레인은 육상준설작업 도중 전복돼 강물로 빠졌다. 그동안 덤프트럭에 끼여 사망하거나 준설선 위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 강물에 빠지는 사고는 있었다. 하지만 포클레인이 강물로 빠진 것은 드문 일이다. 현장을 지켜보던 작업인부들이 사고 단서에 대해 수군댄다.

"땅이 전부 뻘인기라. 제일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막판에 문일이고."(김모씨)

김씨는 최씨와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터라 마음이 불편한 듯했다. 발길을 돌리다가 멈춰서고, 다시 발길을 돌리다 멈춰서서 인양작업을 바라보곤 했다.

이날 사고의 원인은 '지반침하'였다. 이곳은 지반이 약한 '펄층'이다. 강과 가장 인접한 준설현장 높이는 불과 1m도 되지 않았다. 무거운 포클레인이 자연스럽게 미끄러질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러나 준설에 필요한 가물막도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현장에 나온 경찰은 "포클레인이 들어가지 못할 곳인데 여기서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가족 김병호씨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한두 명이 죽은 것이냐.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4대강 사업저지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육상준설은 가물막이 공사로 물빼기를 한 뒤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속도전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 낙동강의 환경보전 등은 아예 내팽개쳤다"고 비난했다.

◇ '마의 18·32공구' = 특히 낙동강 18공구는 한달 새 벌써 3명째 사망자가 발생한 '마의 공사장'이다. 지난달 22일 준설선 작업인부 50대 남성 익사, 지난 1일 덤프트럭 기사 50대 남성 돌연사, 이번 포클레인 기사 40대 남성 익사까지…. 특히 지난달 22일 사고는 밤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혀놓고 2인1조 맞교대로 24시간 철야작업을 하다 발생했다. 오는 6월 우기가 올 때까지 보·준설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을 떠나 18공구(13.14㎞) 구간 하류 강변을 따라 내려갔다. 오후 8시30분 함안보와 야간준설작업장 등 총 6곳에서 불을 밝힌 채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함안보에선 각종 굉음을 내며 용접·운반 등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준설선은 뱃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더 빨아들일 게 없는가' 하며 강바닥을 훑고 있었다.

지금까지 집계된 4대강 공사 사망자 19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이른 아침(오전 7시50분 이전 4건)이나 밤(오후 6시 이후 4건)에 발생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경남 사천) 측은 "노동자들의 피로가 누적돼 번번이 안전사고가 나는데도 정부는 대부분 작업자의 부주의로 사고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쪽에선 공사…

지난 15일 오후 10시 낙동강 18공구 하류 마지막 지점인 경남 창원 동읍 본포마을 앞 공사 현장에서 준설선이 불을 환하게 밝힌 채 강바닥을 준설하고 있다. | 김정훈 기자

◇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 이런 비극은 지난 16일에도 일어났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경북 의성군 단밀면 32공구 낙단보 공사현장이었다. 32공구는 보 설치 노동자들이 하루평균 17시간 동안 일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이날 소수력발전소 건축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다 상판 슬래브가 무너져 직원 2명이 그만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17일 아침 비보를 접하고 현장을 찾았다. 한 인부가 "공사를 서두르다 어제 같은 사고가 났다"며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가 날 때 밑에 17명 정도가 있었는데 담배 피우고 쉬는 시간이어서 화를 면했다 아인교. 안 그랬으면 전부 죽었을기요. 며칠째 야간작업을 했다 아인교."

덤프트럭 기사 김모씨(55)는 "전날 밤에 이어 그날도 무리하게 타설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며 혀를 찼다. 15일과 16일, 3명이 사망한 공사현장엔 어떤 '애도의 표현'도 '애도의 기간'도 없었다. 한쪽에선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다른 쪽에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작업이 한창이었다.

< 김정훈·최슬기 기자 >

[경향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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