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가축 매몰지 '2차 환경재앙' 공포_가축들의 무덤 4054곳(312만마리 살처분).. 지하수 오염이 더 무섭다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2011. 2. 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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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4차례 합한 것보다 살처분 가축 14배 많아

구제역 파동이 장기화하면서 '2차 환경 재앙'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숫자가 이런 걱정을 뒷받침한다.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은 소·돼지·사슴·염소 등을 모두 합해 312만7463마리(6일 현재), 가축들 무덤은 4054곳(5일 현재 환경부집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정부는 매몰지 개수가 얼마나 되는지 공표하지 않아 매몰지가 4000여곳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그래픽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 상황인지는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작년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발생한 과거 구제역 때 살처분된 가축은 약 22만마리, 매몰지는 620여곳이었다. 이번 구제역은 과거 네 차례 구제역을 모두 합한 것의 6(매몰지)~14배(살처분 가축)나 되는 후유증을 낳은 셈이다.

여기에다 작년 12월 31일 발생한 조류독감(AI) 여파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500만마리가 넘는 닭·오리가 살처분돼 전국 197곳에 매몰지가 생긴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달리 AI 바이러스는 사람까지 전염되는 인수(人獸) 공통 질병이라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할 수 있지만 구제역 파동에 가려 있는 상황"이라며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구제역·AI 매몰지에서 환경오염 후유증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2차 환경오염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이 가운데 지난달 실시된 경북도 내 매몰지 붕괴 위험성 조사처럼 ▲매몰지 입지가 잘못돼 붕괴·유실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매몰지 내 침출수 유출문제가 장기적으로 환경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가축이 생매장된 일부 매몰지는 구덩이 바닥에 깐 비닐이 가축의 발톱 등으로 찢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침출수 유출은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며 "매몰지 붕괴는 보강공사 등을 통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지만 침출수 유출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땅속에서 지하수 오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만 일단 오염이 시작되면 지하수 음용(飮用)을 금지시키고 해당 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 외에 오염 확산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은 실제 과거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환경부가 2009년 AI 매몰지 15곳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 작업을 벌인 결과 이중 8곳의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새 나와 매몰지 바깥 땅속으로 확산됐고, 매몰지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의 82%(45곳 중 37곳)가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매몰지에서 반경 3㎞ 안에 있는 마을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등 긴급 조치가 취해졌지만 정부는 지하수·토양 오염을 근본적으로 정화하는 대책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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