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유통업체 '전전긍긍', 소비자 '분통'

박준호 2009. 2. 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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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유명 과자와 음료수 등의 제품에서 멜라민 검출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이 또 다시 '먹거리' 근심에 술렁이고 있다.

24일 식약청이 고소미와 고래밥(이상 오리온) 등 12개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자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점과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백화점, 대형 마트 부랴부랴 제품 철수이날 식약청이 독일산 식품첨가물에서 검출된 멜라민이 함유된 12개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일제히 중단시키자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마트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아무런 소식을 통보받지 못해 제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었다.

이날 저녁 6시께 서울 신촌에 위치한 G백화점의 대형할인마트 과자매장의 진열대 위에는 식약청이 발표한 문제의 제품군인 고소미, 고래과자 등이 버젓이 놓여있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멜라민이 검출 뉴스를 아직 모르는 듯 식약청의 회수 리스트에 오른 과자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식품팀 이모 계장은 "아직 유통 사업부나 (생산)업체측으로부터 멜라민 검출 관련 제품을 회수하라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에 위치한 H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멜라민 검출 제품이 진열대에 보이지 않아 판매담당 직원에게 회수조치가 취해진 것이냐고 묻자 "유통과 수급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진열대에서 빠진 것이고,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을 회수하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저녁 늦게 회수 소식을 통보받은 대부분의 대형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들은 부랴부랴 물건을 철수하는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GS25와 미니스톱은 전국 매장에 문자메시지 발송을 통해 제품 회수를 지시했다.서울 목동의 M편의점 윤모 점장(30)은 "지금 본사에서 물건을 빼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분주히 해당 물건을 가판대에서 빼서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 늦게라도 제품을 분주히 회수하는 백화점과 대형 유통 매장과는 달리 영세한 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 신월동 소규모 편의점의 한 여성 점원은 "문제가 된 제품은 이미 폐기된 것 아니냐"며 "아무런 지시사항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유통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H백화점은 고소미, 고래밥 등을 생산하는 오리온 제품이 입점하지 않았다.

이 백화점 식품담당 정모 주임은 "우리 백화점은 오리온 제품이 입점되지 안됐기 때문에 문제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며 "매출에도 별다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가뜩이나 불경기인 시점에서 '멜라민 파동'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잔뜩 긴장했다.

◇ 소비자들 '분통'…"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소비자들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제조업체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시민들이 많았다.

회사원 서영선씨(51·서울 양천구 신정동)는 "멜라민을 과다 복용하게 되면 사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이들이 즐겨 먹는 제품인 만큼 국가적인 근본 대책을 찾아야 한다"며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이 아닌 국민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주부 유우정씨(45)는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 중에 멜라민이 검출돼 화가 난다"며 "과자종류만 해도 수 십 가지가 넘는데 소비자가 일일이 멜라민이 검출된 과자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전에 정부에서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슬기씨(23·여)는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보니 또 대기업인데, 작년에 그런 대형 사건이 터졌었는데도 이런 일이 제발했다"며 "이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멜라민이 들었는지 모르고 먹는 소비자들은 기업을 믿는 건데 눈뜬장님처럼 당하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와 단속에 불만을 나타내며 규제와 단속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도 있었다.회사원 이기호씨(28·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또 다시 대기업의 과자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정부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과중한 벌금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만 해결하려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계획성 있게 이런 일들을 뿌리뽑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섯살 손녀를 둔 택시기사 김은호씨(55·부천 원미구 중동)는 "몇 달 전 문제가 크게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잠잠해진 뒤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정부와 관계자들을 믿을 수 없다"며 "일전에 문제가 되는 제품을 전량 폐기했다고 했는데 정말 폐기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박준호기자 pjh@newsis.com박상희기자 rohzmee@gmail.com진현철기자 agac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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