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연구 전념.. 교수되려 애쓰지 않아 한국같은 '시간강사' 개념 상상할 수 없죠"

2010. 10. 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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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정현 기자]

핀란드 뚜르꾸 대학 교육학과의 강의 장면.

ⓒ 윤정현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 대한 처우와 교육의 질은 절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국과 같은 시간강사의 개념은 여기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핀란드 뚜르꾸 대학 27년차 강사 리따 아산띠

기자는 지난 1월 한국의 한 지인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비정규직 대학 강사들의 처우 개선과 교원 지위 획득을 위해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데, 핀란드에서 겪은 대학생활에 대해 글 한편 기고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다.

글을 쓸 만큼 아는 바도 없었고 대학원 공부도 따라가기 벅찬 마당이라 거절을 하고 말았는데, 추운 겨울 내내 농성하고 계실 선생님들이 눈 앞에 어른거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사이, 한 분의 대학 강사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네 대학 시간강사들은 자장면 먹다가 전화 한 통으로 계약이 끝날지도 모르는 노동 조건을 감수하며 대한민국 대학 강의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오마이뉴스 7월 28일자 ' 자장면 먹는데 "따르릉"… 그렇게 잘렸습니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학교의 강사와 연구원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핀란드도 사람 사는 곳인데 여기라고 차별과 불평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체가 가르치는 일에 대해 전문성과 자율성을 인정하기 때문일까, 인터뷰 내내 그들에게서 풍기는 당당함, 자신감과 더불어 인간적인 노동환경과 생활 방식이 부러웠다.

그리고, 겉보기에도 순박하고 검소한 이 핀란드 사람들은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보다 이웃과 내가 엇비슷하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훨씬 더 좋아하며, 더 가진 사람이 좀 더 양보하게 되어 있는 세금 제도나 약자의 목소리까지 살뜰하게 챙겨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정교한 민주주의 시스템이 교육을 비롯한 사회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론이 길었다. 어린이집부터 대학원 교육까지 철저한 무상교육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핀란드 대학 교원의 체계와 처우는 어떠한지 기자가 공부하고 있는 뚜르꾸 대학(University of Turku)의 교원 세 사람을 만나 인터뷰 한 내용을 아래에 옮겨본다. 핀란드는 각 대학과 학과마다 교원의 체계가 다를 수 있으며 노동 환경과 복지 수준에 대한 상황도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인터뷰 응해주신 분들:

뚜이레 빨로넨, 교육학과 선임 연구원(senior researcher) 20년차

리따 아산띠, 교육학과(체육교육) 강사(lecturer) 27년차

마테오 다 로스, 생물학 박사과정 학생 연구원(researcher) 2년차

"강의-연구에 전념하고파 교수되려 애쓰지 않는다"

- 핀란드 대학 교원들의 직위 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교육학과 선임 연구원 뚜이레 빨로넨

ⓒ 윤정현

뚜이레

: 핀란드 대학의 교원은 크게 교수(professor), 강사(lectuerer), 연구원(rese-

archer)으로 나뉘어진다. 교수는 강의와 학생들의 연구 지도조언 외에 학교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며, 강사는 주로 강의를 전담한다. 연구원은 박사과정 학생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외부에서 따온 연구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고 경력이 많은 연구원들은 약간의 강의를 추가로 맡기도 한다. 교수와 강사는 대다수가 정규직이고, 연구원들 중에는 2년 반 정도를 주기로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이 많다. 다수의 대학 연구원들이 가입해 있는 FUURT(핀란드 대학 연구원 및 교사 노조)의 경우 조합원의 67.2%가 계약직 노동자이다.

- 대학 강사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은 무엇인가?

리따 :

내가 처음 강사로 임용되었을 시절에는 석사 학위면 가능했는데 요즘은 강사가 되려면 대부분 박사 학위가 있어야 하고, 특히 교육학과에서는 교직 과목(교육학) 이수 및 초, 중, 고 등의 교육기관에서 최소한 2년 이상의 교직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강사 채용 공고에 응모할 수 있다. 강사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교직 경력을 자격 요건에 포함시킨 이유다. 타 전공에서도 강사를 채용할 때 교직과목 이수 및 교직 경험이 있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 대학 내에서 강사들의 권한은 어떠한가?

리따 :

강사 또한 교수와 마찬가지로 가르치는 일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 받는다. 또한, 학과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게 되는데, 이 때 교수, 강사(또는 연구원) 뿐만 아니라 학생 집단까지 동등한 비율로 회의에 참여해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조율한다.

- 강사나 연구자들은 대체로 교수로 승진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현재 자신의 직위에 만족하는 편인가?

뚜이레 :

핀란드 사회에도 역시 승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교수는 물론 급여를 많이 받지만, 그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이 많다. 강의 외에도 학교의 각종 행정업무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큰 연구 프로젝트를 혼자 기획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강의에만 전념하고 싶은 강사들이나 본인의 연구에 주로 충실하고 싶은 연구원들은 굳이 교수가 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직위는 달라도 복지 혜택엔 큰 차이 없어"

-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급여, 노동시간, 복지 등 근무 여건은 어떤지 본인의 일상생활을 자세히 말씀해 달라.

뚜이레 :

나는 경력 20년차의 연구원이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부터 지금까지 2년 혹은 2년 반 정도를 주기로 계약을 갱신해 왔고, 보통 향후 2년 반 정도의 연구 프로젝트를 미리 따놓기 때문에 지금은 2012년까지 연구 프로젝트가 이미 잡혀있다. 내 급여는 세금을 포함하여 월 4000유로(620만 원) 정도 된다. 내가 연구 프로젝트를 따놓으면 프로젝트를 맡긴 재단이 대학에 자금을 지급하고 그러면 대학이 나에게 다시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임금의 경우 강사들이 연구원들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 편으로 연구자들은 월 평균 2741유로(425만 원), 강사들은 3292유로(510만 원) 정도를 받는다.(핀란드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634유로)

나는 주당 38시간 정도를 일하는데 공식 노동시간이 명시가 되어 있어 이를 초과하여 일할 수 없다. 실제로는 주당 60시간 정도를 일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따온 데다, 저널에 글도 써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시간까지 합쳐서 그렇다. 이건 어디까지나 연구자로서 전문성을 쌓고 싶은 내 개인적인 의지와 의욕 때문이지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은 절대 아니다. 강의는 1년에 두 세 개 정도를 맡는데 대략 주당 2-4시간 정도 된다.

교수, 강사, 연구원들의 대다수는 개인 연구실 또는 공동 연구실을 지급 받으며 별도의 휴게실은 없다. 아프면 휴게실에서 쉬는 게 아니라 바로 조퇴하여 집에 간다. 또, 10세 이하의 자녀가 아플 경우에는 질병 한 건 당 사흘에서 나흘 정도의 자녀 병간호 휴가를 쓸 수 있다. 교수, 강사, 연구원의 직위에 관계없이 복지 수준은 비슷하나 박사과정 학생들같이 젊은 연구자들은 노동 시간이 길고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교육학과 강사 리따 아산띠

ⓒ 윤정현

리따 :

내 급여는 월 4000유로(620만 원)인데 여기서 37%의 세금과 5.7%의 퇴직금을 공제하고 나서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는 2300유로(357만 원)이다.(교수의 경우 업무량에 따라 다르긴 하나 평균 세금공제 전 6000유로의 급여를 받는다).

근로기준에 따라 연간 1600시간을 일하게 되며(주당 40시간*40주) 그 중에서 강의는 연간 350시간에서 400시간을 맡는데 보통 다른 강사들은 300 내지 350시간을 맡는다. 나머지 시간은 강의 준비, 학생들의 과제 검사, 다른 연구자 및 강사들과의 회의를 통한 아이디어 공유 그리고 개인 연구에 할애하게 되며 행정업무도 있긴 하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다.

강사를 포함하여 교사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지닌 집단이므로 학생들과의 강의 약속 이외에는 근무 장소나 출퇴근 시간을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가 와서 연구실에 나가기 싫으면 재택 근무를 하고, 친구들과 스키를 타러 갈 일이 있으면 휴가를 즐기고 융통성 있게 근무 시간을 조정한다.

마테오 :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내 연구 주제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학술지나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 외 강의를 듣고, 경우에 따라 박사과정 학생들은 간단한 강의를 맡을 수도 있다. 박사과정 학생이 되는 순간 대학측과 보통 4년간 임시직 연구원으로 계약을 맺는다. 공식적으로는 주당 40시간 근무인데 그것보다는 좀 더 일하게 된다. 월 2300유로(357만 원)의 급여가 지급되는데 세금과 퇴직금을 공제하고 나면 1740유로(270만 원)가 통장에 들어온다. 박사과정 학생들의 급여는 정부의 재정을 바탕으로 대학원이 지급하거나 외부 펀드에 의한 보조금의 형식으로 지급된다.

기본적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보장받고 나 같은 2년차는 연간 5주의 휴가를 쓸 수 있으며 아플 때에는 병가를 쓸 수 있는데 연간 50일까지 유급 병가를 쓸 수 있다. 다른 박사과정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실을 사용하고 개인 책상과 컴퓨터가 지급된다.(사회과학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연구원 역시 근무여건 및 급여, 노동시간, 기타 복지에 있어 마테오의 경우와 거의 같은 조건에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 뚜르꾸 대학 교육학과의 강의 장면.

ⓒ 윤정현

"강사 포함한 핀란드 전체 교원의 90% 이상이 노조 가입"

- 교원노조에 가입해 있는가? 핀란드의 교원 노조는 직위에 따라 별도의 조직이 구성되어 있는지 아니면 통합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뚜이레 :

나는 내 정체성이 연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핀란드 대학 연구자 및 교사 노조(FUURT, 핀란드 대학 연구원 및 교사 노조)에 가입했다.

리따 :

나는 OAJ 산하의 핀란드 대학 강사 노조에 가입해 있다. 강사들은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강사들은 핀란드 교원노조(OAJ, Trade Union of Education in Finland)의 산하 조직인 핀란드 대학강사 노조(YLL)에 가입해 있고 나머지 일부 강사 및 연구자들은 뚜이레가 속한 FUURT에 가입해 있다. 본인의 정체성에 맞게 노조를 선택하면 된다. 교수 노조도 별개로 존재한다.

- 나도 한국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KTU)의 조합원으로 활동했다. 교직 사회의 선배님이자 같은 조합원을 만나 뵙게 되어 무척 반갑다. 한국에서는 유, 초, 중, 고, 특수, 보건, 영양 교사가 속해있는 노조와 대학 강사노조가 별개로 분리되어 있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교사가 OAJ라는 하나의 노조 속에서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핀란드에서는 직종에 관계없이 노동조합 가입율이 전체적으로 높고, 특히 교원노조(OAJ)의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리따 :

핀란드는 전통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중시하고 존경해왔기 때문에 강사들의 지위는 대체로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는 편이다. 대학 강사를 포함한 핀란드 전체 교원의 90% 이상이 OAJ 조합원으로, 이렇게 노동조합 가입 비율이 높은 데에는 우선 교사들 또한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고 조합을 통해 연대하기를 원한다는 점도 있겠지만, 핀란드에서는 노조가 하나의 사회안전보장망(social security system)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계약직 교사 및 예비 교사들도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노조에 6개월 이상 가입하면 실직 시 최소 생활비 지원을 정부 뿐만이 아니라 노조로부터도 받을 수 있다. 나는 급여의 1.3%에 해당하는 520유로(81만 원)를 1년 치 조합비로 낸다. 연간 조합비만 내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내가 알기로, 미국인들은 고용 불안정에 대비해 사보험을 많이 드는 걸로 아는데, 핀란드 방식이 훨씬 저렴하고 마음 든든한 것 아닌가?

"연구원과 강사 본연의 임무 충실할 수 있어 만족"

- 나 또한 각자의 사회 안전망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구조보다 핀란드 방식이 모두에게 이롭고 사회적 비용도 줄여준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연구원 또는 강사로 일하면서 만족스러운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뚜이레 :

전반적인 근무 환경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며 성실하고 훌륭한 석, 박사 학생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지금 핀란드 대학들은 구조조정 및 시스템 개혁을 맞아 대학 교원들의 행정 업무가 많이 늘었다. 이렇게 증가하는 행정업무는 대학 교원들의 주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고 펀딩(funding)을 신청하기 위해 해마다 준비하는 서류업무 역시 만만치 않다. 나는 25년간 계약직 연구자로 일해오면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고 지금껏 계약이 순조롭게 갱신이 되었지만 FUURT에 따르면, 주로 외부 단체에 의존하는 연구자들의 펀딩 구조는 계약직 고용을 양산하며 향후 고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 사실이다.

리따 :

핀란드 각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교육학과에 지원하는데 그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내적 동기도 높아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즐겁고 보람있다. 또한, 출퇴근 시간 및

박사과정 학생 연구원 마테오 다 로스

ⓒ 윤정현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만족스럽다. 그런데, 요즘 대학에서 연구원이 아닌 강사들에게도 가르치는 일 외에 점점 더 많은 연구 실적을 요구하고 있어 그런 점이 힘들긴 하다.

마테오 :

급여는 대학원 연구소에서 알아서 마련해주기 때문에 나는 급여에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좋다. 동료 박사과정 학생들도 현재의 근무 조건과 복지 혜택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급여 수준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사 과정 연구원 또한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지도와 안내가 필요한데 내 수퍼바이저(선임 연구원들이 박사과정 학생들의 수퍼바이저가 됨)가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고 있어 만족한다.

"한국 강사들, 강력한 노조 필요하지 않을까"

- 한국에서는 소위 '시간강사'라고 불리는 비정규직 시간제 강사들이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신분은 매우 불안정하고 노동 조건 또한 열악하며, 심지어 불공정한 교수 임용 절차를 비롯한 각종 비리에 모멸감을 느낀 시간강사들이 해마다 자살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리따 :

한국과 핀란드 사회 시스템이 서로 다르고, 내가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핀란드에서는 강사나 교수 임용 절차가 경쟁은 치열하지만 대단히 투명하고,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열려있다는 것이다.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 뿐이다. 그래서 우리한테는 유아 교육부터 대학 교육까지 모든 단계의 교육이 너무 중요하고, 그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 대한 처우와 교육의 질은 절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국과 같은 시간강사의 개념은 여기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한국 역시 핀란드 못지 않게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인데, 교육의 책임이 사회와 국가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와 상당 부분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나라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교육의 질을 생각한다면 핀란드로부터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시간 강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한 말씀 부탁 드린다.

리따 :

이것도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의 모든 대학은 최근 대학 개혁 바람이 일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립이고, 기본적인 보조금이 정부로부터 지급된다. 한국의 대학들은 사립이 훨씬 많아서 우리와는 사정이 확연히 다를 것이다. 강사 처우 관련 법안을 만들고, 강력한 노조를 세우는 것? 물론 말은 쉽지만 복잡한 사회 구조와 이해 관계 속에서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열악한 처우로 인해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의 건투를 빈다.

"민주적인 관계가 핀란드 교육 성공의 비결"

- 아시다시피, 2000년 이후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 핀란드가 1위를 고수하면서 핀란드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많은 학자들이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강사님께서 핀란드 교육의 숨은 성공 비결로 꼽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리따 :

교육에 있어 교수와 학생간, 교수와 강사 및 연구자 간 민주적이고 평등한 관계가 지금의 핀란드 교육을 있게 한 비결 중 하나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직위는 달라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동등한 발언권을 지니고, 식사도 학생식당에서 함께 한다.

- 음,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학생식당에서 교수님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식사 후에 교수님이 커피를 마실 것인지 물어보셨다. 제가 가져오겠다고 하자 여기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며 앉아 있으라고 하시더니만 직접 커피를 서빙해 오시길래 몸둘 바를 몰랐다(웃음).

리따 :

아주 작지만 그 사건 하나가 핀란드 사회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는 교원노조를 의사 결정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교육 현안을 함께 협의하게 되는데, 이렇게 현안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동등한 목소리를 내는 문화는 핀란드 사회 전체에 형성되어 있다.

- 핀란드 교육계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탈 권위와 평등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와 합의의 문화가 녹아 있고 이것이 핀란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말씀은 한국 교육 현실에 큰 시사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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