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꼼수' 시대.. 국민들 "정부 말 다 못 믿겠다"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불신의 시대다. 도통 정부의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효율성도 급격히 떨어진다. 불신(不信)의 시작은 불통(不通)이었다. 불과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전히 747 공약은 유효하다"고 했다.(7월 7일 아시아경제 인터뷰) 모두들 올해 경제성장률 '4.0%대'를 말할 때 나홀로 '5.0%' 성장을 점치던 정부가 스스로 0.5%포인트 전망치를 끌어내린지 일주일 만이었다. 이미 신기루가 돼버린 '747 공약(7% 성장, 4만달러 소득, 7대 강국 도약)'을 고집스럽게 붙드는 정부를 보며 국민들은 멀미를 느꼈다.
2011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국민들은 두드려도 대답 없는 정부와 소통하길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정권 말 민심 이반이 새롭다 할 순 없지만, 인내의 바닥은 생각보다 빨리 드러났다. 나라 안팎에서 기폭제가 터진 탓이다. 부쩍 나빠진 유럽 경제에 국내외 경제가 유탄을 맞고, 공감의 아이콘 안철수는 기성 정치판을 헤집어 놨다. 여당 의원 비서의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실에 청와대와 여당은 패닉상태다. 청와대의 목소리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만큼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있다. 불통에 대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규제방안은 네티즌들의 비웃음만 사고 있다.
통계에 대한 불신은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체감 물가와 동떨어진 물가지수, 청년 백수의 좌절감과는 한참 먼 실업률 통계를 비판하다 지쳐 아예 못 믿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왜 비싼 금반지를 빼고, 떡볶이를 포함시키느냐'며 5년 마다 해온 물가지수 개편을 두고 '4.0%(정부의 올해 물가 전망치)'를 맞추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한다. 취업애로 계층을 집계해 내놓겠다던 약속을 1년 넘게 모른체하니 통계 사각(死角)의 실업자 논란도 되풀이 된다. 권위의 상실, 공신력(公信力)의 실종이다.
정부를 향한 불만이 통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통계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4%대 물가' '50만개의 일자리' 같은 수치에 해석이 더해질 때 통계는 경제를 넘어 정치가 된다.
국민들의 지표 해석 방식은 제각각이다. 반쯤 물이 담긴 컵을 보고 '반 밖에 안 남았다'와 '반이나 남았다'로 생각이 나뉘는 듯 저마다 느끼는 경제고통지수가 다른 탓이다. 그래서 통계는 그래프 속 숫자일 때 무채색이지만, 시대상을 담은 리트머스 종이가 될 때 색깔옷을 입는다. 결국 불신의 화살은 현 정부, 나아가 최고 권력자를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747 공약을 자신있게 내세운 것은 좋았지만 내건 숫자가 실현되지 못하니까 국민들의 불신이 커졌다"며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을 알릴 때처럼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것도 신뢰가 하락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불신 풍조에 대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건강한 의심은 사회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지만, 현실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을 정부가 적절히 해소시켜 주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비현실적인 음모론으로 흐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현실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부는 사회 전반의 불신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언제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내 손안의 아시아경제[증권방송] 시세의 달인 부자아빠의 급등주 발굴법 강좌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꼬꼬면' 얼마나 잘 팔리길래 이경규에게…☞ '피부미인' 소리 듣던 고현정 결국에는…☞ '나가사끼 짬뽕' 초대박 났다더니 "이럴수가"☞ 암극복의 새희망, 인삼 다당체 '진산'☞ "현빈때문에…" 노스페이스=교복 무너지나☞ "좀 비싼 '꼬꼬면' 진짜 없어서 못팔더니…"☞ '29살 女기자'의 '결혼정보업체' 실제 체험기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분수에 맞게 살려 노력"…배우 한소희, 블로그 '눈길' - 아시아경제
- 장난 삼아 내놨는데 48시간만에 품절대란…'치킨맛 치약' 뭐길래 - 아시아경제
- "은행도 2600억원 당했다"…명문대 출신 30대 금수저, 사기 수법이 - 아시아경제
- "엄마들 사이에선 사이버 오은영 선생님이에요"…'신종 육아법' 깜짝 - 아시아경제
- "재택근무 중 일하는 척"…키보드 2100만번 누른 女형사 해고 - 아시아경제
- "AI인데 자꾸 에이원(A1)이라고"…누군가 봤더니 교육부 장관 - 아시아경제
- 현금자산 달랑 '190만원'…한때 잘나가던 '오픈런' 핫플 블루보틀의 굴욕 - 아시아경제
- "못생긴 일본인이라 말하며 때려"…오노 요코, 비틀스 팬들에 겪은 수난 고백 - 아시아경제
-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요금제, 알고보니…" 유명 유튜버가 통신사 저격한 이유 - 아시아경제
- 유정복, '진짜 대통령 될 것' 이재명 발언에 "갈라치기·저열한 정치"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