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개발자 실수?' 나이스 사태 원인 논란

박상훈 2011. 7. 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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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성적 처리 오류 사고가 개발사의 `업무상 실수'로 결론이 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교육정보화 프로젝트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교과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이하 나이스) 사고의 원인으로 학교별 동점자 처리 기준을 처리하는 프로그램 상의 오류라고 밝히고 있다. 나이스를 개발한 삼성SDS 역시 전날 오후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방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다"며 "발생한 오류에 대한 프로그램은 이미 수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무상 실수'라는 설명과 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교육정보화 구축과 사후 관리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오류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개발 결과물의 오류를 수시로 점검하는 `품질보증(QA)' 절차와 인력을 별도로 두고 있다. 개발된 코드에 대한 재검토와 프로그램 테스트 등이 주요 업무이며 삼성SDS 역시 QA 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나이스의 경우 입시정보를 취급하는 민감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검증 과정을 진행했다. 따라서 삼성SDS와 같은 굴지의 IT서비스 업체가 성적처리 관련된 치명적인 버그를 잡아내지 못한 것은 오류를 검증하는 프로세스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가 나이스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는 또 있었다. 정부는 대형 프로젝트 구축과정과 산출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감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스 역시 2억2600만원 예산으로 지난해 8∼9월 중간감리, 올해 1월 최종 감리를 진행했다. 일정관리와 같은 일반적인 사항부터 시스템 보안, 사용자 편리성, 성능 검증 등 개발과 사후관리 전 과정에 걸쳐 당초 계획서대로 차질없이 구현이 됐는 지를 검증한다. 그러나 감리과정 역시 핵심기능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특히 KERIS는 지난 13일 나이스의 성적처리 오류를 처음 지적하는 일선 교사의 지적에 대해 일반적인 문제에 준해서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나이스는 1월 시범가동 기간은 물론 3월 정식개통 이후에도 잦은 장애와 성능 저하로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들의 불만이 많다보니 의례적인 대응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나이스 운영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나이스 사태를 실무자의 실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공 프로젝트 개발ㆍ유지보수 프로세스 자체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나이스 사태의 경우 개발업체의 내부 검증은 물론 감리와 사후 대응 등 세 번의 수정 기회가 있었지만 전혀 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감사원도 이러한 프로세스의 문제에 대해 특별감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교과부의 `나이스 사태'가 특별 감사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다"며 "다만 국회 또는 국무총리의 감사 청구가 있거나 사안이 중대해 특별감사 대상이라고 판단되면 교과부 자체 조치 이후 감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IT산업노조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의 핵심은 개발자의 단순한 실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테스트를 할 수도 없었던 무리한 일정 강요와 개발과정에 교육행정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은 것에 그 원인이 있다"며 "정해진 날짜에 시스템을 오픈한다는 원론적인 생각만으로 무리한 일정의 프로젝트를 계속 발주한다면 이번 사태는 내년에도 재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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