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가구 100만 돌파.. 상당수 '복지 사각' 극빈층

김준기 기자 2010. 7.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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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예산증가도 미미, 재정 수요에 턱없이 부족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혼자 살고 있는 박모씨(72·여). 아들이 한 명 있지만 10여년 전 사업에 실패한 이후 자기 혼자 살기도 버거운 상태이고, 최근에는 연락조차 거의 없다.

박씨의 수입이라고는 폐지를 모아 버는 하루 수천원과 재작년부터 받고 있는 월 9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이 전부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되면 월 40만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아들(부양의무자)이 있다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다. 그나마 복지관에서 전해주는 점심 도시락과 가끔씩 들어오는 자선단체의 후원물품이 박씨의 '생명줄'이다.

최근 혼자 사는 노인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독거노인 가구가 100만가구를 넘어섰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씨처럼 극빈층의 삶을 살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더욱 늘어나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도 복지 예산은 올해 증가율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여 이들을 구제할 재정수요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급증하는 독거노인들=2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독거노인 가구(65세 이상 1인 가구)는 104만3989가구로 추정돼 지난해(98만7086가구)에 비해 5만6903가구(5.8%) 늘었다. 2006년 83만3072가구였던 독거노인 가구는 2년 만인 2008년(93만3070가구) 90만가구를 돌파했고, 다시 2년 만에 100만가구를 넘어섰다.

올해 독거노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65~69세가 27만9845가구, 70~74세가 34만1579가구, 75~79세가 24만5771가구, 80~84세가 11만8294가구, 85세 이상이 5만8500가구 등이다. 이 중 70~74세 독거노인 가구가 지난해에 비해 1만9077가구 늘고 75~79세도 1만9209가구나 증가하는 등 70대층이 독거노인의 급증을 이끌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상당수는 박씨처럼 자녀들이 있지만 이들의 형편도 좋지 않아 함께 살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다.

◇노인 복지는 줄어들 우려=정부는 2008년부터 노인들의 생활안전을 위해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전체 노인인구의 69%가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초노령연금의 혜택이 중산층 노인에게까지 간다"며 "차라리 용돈 수준의 기초노령연금을 줄이고 다른 사각지대 복지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각 부처가 재정부에 요구한 내년도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87조3000억원)은 올해 예산(81조2000억원)에 비해 7.4%(6조1000억원) 증가에 그쳐 지난해 예산요구 증가율(10.1%)은 물론 올해 실제 예산 증가율(8.9%)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증가액 중 국책사업인 보금자리주택(1조4000억원)과 4대 공적연금 등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의무지출(4조1000억원)을 빼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예산 규모는 6000억원에 불과하다. 빈곤층 독거노인들에 대한 대책 등 시급한 복지 재정수요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특히 박씨처럼 빈곤층이면서도 기초생활수급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기초생활급여 대상자를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내년도 기초생활급여 대상자를 올해와 같은 163만2000명으로 동결하는 예산 요구안을 내놓았다.

< 김준기 기자 jkkim@kyunghyang.com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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