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나눠주자' 오세훈 승부수 던졌다

2011. 6. 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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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에 "환영" 밝혀

반값등록금도 반대하는 등 보수 명분에 집착

오세훈 서울시장이 건곤일척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오 시장은 16일 오후 2시 서울시내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주민투표 청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의 참패로 나타난 4·27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에서도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무상급식은 물론 반값등록금에도 반대하며 역주행을 가속화하고 있는 오 시장으로서는 백척간두의 정치적 모험을 감행한 셈이다.

"덜 나눠주자"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서울시민에 의해 수용될 경우 차기 대권 도전에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오 시장의 승산은 높지 않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주민투표 어떻게 진행되나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1시20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공식 청구했다.

운동본부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 반대 주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 온 경과를 보고하고 1t 트럭 3대에 싣고온 80만1263명의 서명부를 제출했다.

주민투표 청구 요건은 서울시 유권자 836만명 중 5%인 41만8천명이지만 운동본부는 무효 서명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배에 가까운 80만명의 서명을 받아 이날 서울시에 전달했다.

김정수 운동본부 사무총장은 "80만명의 시민이 서명에 동참함으로써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여야 정치인들보다 서울 시민이 더 현명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8월말 실시되는 주민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서명부 검증 및 명부 열람 과정을 거쳐 유효 서명자가 41만8천명을 넘을 경우 시장 명의로 주민투표를 발의할 계획이다.

행정 절차가 60~70일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주민투표는 8월20~25일께 이뤄질 것으로 운동본부는 전망했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서민급식인지 부자급식인지를 시민 손으로 선택하고 더 나아가 무상복지 포퓰리즘 시리즈를 확산시킬지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역사적 기로에 서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이번 주민투표 서명은 불법과 탈법, 금권이 난무한 최악의 서명운동이었다"면서 "우선 1만명의 서명부 열람인단을 조직해 무효서명 찾기 캠페인을 열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여론과 전면전

4ㆍ27재보궐선거 이후 '좌클릭' 중인 한나라당이 지원 사격은커녕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덜 나눠주자'는 의견이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오 시장의 뜻대로 초등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막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복지 포퓰리즘 기대감을 차단하려면 서울 유권자 3분의 1이 투표에 나서 과반이 동의해줘야 하는데 두 가지 장벽 어느 것도 넘기가 만만치 않다. 우선 "포퓰리즘을 차단하자"는 오 시장의 신념이 시대적 요구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같은 문제를 포퓰리즘이라고 배격하고 있지만 일반 서민들은 시대의 화두로 생각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반값등록금은 90% 이상이 찬성을 하고 있고 무상급식 찬성률은 80%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이 시의회를 통해 지난 3월 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서울시민 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응답(ARS)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2,179명 중 적극찬성 55.07%, 찬성 23.86%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78.93%로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빈곤층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3분의 1이 투표장에 나오면 6대4로 이긴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앞서 내놓은 바 있다.

친정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또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려면 친정인 한나라당의 지원이 필수인데 전면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서울시당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본격적인 지원사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4 전당대회에서 어떤 지도부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4ㆍ27재보궐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계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오 시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반값등록금'을 내놓는 등 소장파와 함께 한나라당의 '좌클릭'을 주도하고 있고, 남경필 의원은 15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8월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제를 철회하고 정치적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며 오 시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오 시장의 노림수는

오 시장이 패배할 경우 대권 행보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 시장직 사퇴 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으로서 계속 재직하더라도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사사건건 끌려다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 시장이 앞서 대선 출마와 관련해 "내년이 선거니까 올해가 가기 전에 입장이 정리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도 상당 부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승부수에 집착하는 것은 과거 성공체험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5~6공화국 인사의 퇴진을 촉구하며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정치인으로서 참신한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2004년에는 정치인이 법인·단체의 돈을 받지 못하게 하고 후원회를 폐지하는 정치자금법을 동료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설령 이번 주민투표에 실패하더라도 보수파 주장을 선명히 해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서민급식인지 부자급식인지를 시민 손으로 선택하고 더 나아가 무상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라는 말을 5차례나 되풀이할 만큼 '지속 가능한 복지'를 강조했다.

복지보다 성장에 최소 60% 이상 무게 중심을 둬야 양극화로 힘겨워하는 계층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고한 재산만 해도 58억원이나 되는 오 시장은 최근 등록금문제에 대해서 "나도 두딸을 대학에 보내느라고 허리가 휠 정도"라고 털어놓으면서도 반값 등록금에는 반대입장을 분명히함으로써 보수명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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