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했는데 왜 살처분"..타들어 가는 농심

김명균 2011. 1. 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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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연합뉴스) 김명균 기자 = "멀쩡하던 소가 백신접종 후 구제역에 걸리는 것을 보면 백신 부작용 때문이란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사육하던 한우 176마리를 땅에 묻은 김순용(52.평택축협 이사)씨는 지난 10일 구제역 의심신고 후 한때 살처분을 망설였다.

지난 4일 백신접종을 한터라 '설마'한데다 애지중지하며 키워 온 소를 하루아침에 모두 살처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백신접종 5일이 경과한 지난 9일 오전 백신접종을 마친 두 마리의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데다 침까지 흘려 손으로 소의 입술을 만져보니 허물이 벗겨지는 등 구제역 증상을 보였다.

다른 농가의 피해를 우려하던 김씨는 결국 지난 10일 방역당국의 살처분 조치에 따랐다.

"백신을 접종한 후 구제역이 발생한 이천의 축산농가와 증상이 동일했다"는 김씨는 "구제역에 감염된 소가 암컷인데다, 모두 면역이 약한 축에서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백신에 의한 부작용으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신접종 후 구제역 발생농가는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발생 초기에 돼지농가에 집중되던 구제역은 소 사육농가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평택시는 지난 3∼6일 관내 축산농가의 어미돼지와 소에 대한 백신접종을 모두 완료했지만, 9∼10일 3개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285마리를 살처분했다.

평택시 축산과 이주호 방역팀장은 "백신접종 후 항체형성 기간(3∼7일)이 지나도 구제역이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성지역에서도 접종을 마친 23개 농가에서 지난 8∼11일 잇달아 구제역 의심축이 신고됐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평균 2∼3건에 머물던 것이 10일에는 9개 농가, 11일 7개 농가가 추가 신고했다.

현재까지 30개 농가의 소와 돼지 4만1천여 마리를 살처분한 이천지역 역시 5만1천400마리의 모돈과 종돈은 물론, 소에 대한 접종을 완료했지만 하루 평균 5∼9건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11일 안성시청에서 맹형규 행안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구제역 현장대책회의'에서 자치단체장들은 "백신접종 후에도 구제역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맹 장관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농장에 있는 상태에서 백신접종을 해도 발병 가능성은 있지만, 접종 후 7∼10일 지나면 백신의 효력이 나타난다"며 "연천과 파주의 경우 백신접종 후 (구제역 의심신고가) 잠시 늘어나다 소강사태에 있다"고 일시적인 현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고 나면 살처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농민들은 접종 이후에도 계속 살처분이 이뤄지자 안타까움과 함께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한우 347마리를 살처분한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의 한 축산농가는 "백신 접종도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을 막을 수 없다면 축산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라며 "검역이나 방역당국에서 조차 백신접종에 따른 부작용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km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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