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아프다]"그 정도로 힘들 줄이야.. 공부 강요하지 않겠다"

류인하 기자 2012. 1. 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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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성찰 잇따라

"오늘 아침 경향신문을 보니 1면 헤드라인이 '한국 가정은 애정공동체 아닌 대입 프로젝트 공동체'라는 기사였습니다. 성적 이야기를 빼고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관심 가지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이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부모들이 문제라는 거지요. 이런 것들이 오늘 우리의 교육현실을 만든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둘째 놈을 더 이상 닦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행복하면 됐지 뭘 더 바라겠습니까? 지놈도 무지 스트레스 받고 있을 텐데요. 부모가 애태우면 뭐합니까. 대신 인생을 살아줄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마음 편히 갖고 둘째가 좋아하는 스킨십이나 더 많이 할랍니다. 자식을 한 개인으로 바라보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제게도 우리에게도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한 인터넷 카페 게시글·닉네임 '방글이')

경향신문 '10대가 아프다' 기획시리즈가 보도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격려 e메일과 전화, 편지, 댓글들이 쇄도했다.

인터넷 학부모 모임마다 '10대가 아프다' 기획기사와 함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보도를 통해 지금 내가 우리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 독자들도 여럿 있었다.

경향신문 독자 정병욱씨는 e메일을 보내 "이번 기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정씨는 "지금까지 우리는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해왔고 그 비판의 칼날은 '저하되는 학력' 내지는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휘청이는 서민경제' 따위에만 맞춰져 있었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며 "폭압적인 경쟁교육체제 아래에서 '우리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0대가 다양한 문제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경향신문 보도를 본 뒤 아이들이 '대학만 가면 집을 나가겠다' '자살하고 싶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현재의 상황에 절망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10대 자녀를 둔 독자는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부를 강요했던 것"이라고 했다.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몰랐다면서 "앞으로 바뀌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장문의 e메일을 보내 자신의 다짐을 들려주었다. "아이 공부를 도와주러 도서관에 들렀다가 경향신문을 보게 됐어요. '10대가 아프다'라는 머리글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기사 분량이 꽤 많았지만 끝까지 읽었습니다. 신문을 덮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파와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라 제 마음이 더 짠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기사를 계속 검색해 봤습니다. 그리고 나도 우리 아들에게 이런 엄마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이 '모순적인 엄마'라고 했다. "하루는 아들이 '엄마 내가 시험을 잘 못 치면 어떡하지'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아들 괜찮아. 시험이 전부는 아니니까 부담갖지 마'라고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힐 것 같았어요. 저렇게 놀면서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건지…. 그런데 기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들이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반에서 1등을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산 건 아닌지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이런 교육현실 속에서 내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해 온 부모 중 한 명으로서 이제부터 고민하고 스스로 바꿔나가 보려 합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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