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집필기준안 학계 찬반양론 '팽팽'

박인영 2011. 10.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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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결정 vs 수정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태진)가 최근 논란을 빚어온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안을 지난 2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교과부에 제출된 집필기준안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실무를 담당했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위원회는 앞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대체하고 '독재'라는 표현을 삽입하며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시안을 이 위원장에 제출했다.

개발위원회의 이번 결정과 관련, 학계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인재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사학과 교수) "집필기준개발위원회 결정은 적절" = 이 회장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위원회의 집필기준안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대체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헌법을 역사학에서는 사료로 이해하는데, 개념이 불분명할 때 사료적 용어를 갖다 쓰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런 점에서 헌법의 사료적 용어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시안에 '독재'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과 관련해서는 "독재 부분은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민주화 운동'을 설명할 때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어떤 것에 대항해 나온 것인지에 대한 부분인 만큼 타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는 문장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도 당연하다는 견해다.

그는 "유엔이 인정한 합법정부라는 점은 맞는데 그 범위가 한반도 전체인지 3.8선 이남인지가 문제"라며 "1948년 12월12일 채택된 유엔결의안을 보면 그 내용이 한반도 전체가 아닌 3.8선 이남이니 사료 상으로도 3.8선 이남 지역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아이들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가 어릴 때처럼 좁은 시각으로 세상 물정과 다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비극"이라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리해 다음 세대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교과서 집필기준안 적절한 수정 필요" = 강 교수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은 문제"라며 교과서 집필기준안을 적절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가)한반도 전체를 '커버하는' 합법정부가 아니었다는 일각의 지적은 맞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의미"라며 "그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지 삭제하는 것이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대체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주의'가 더 좋은 표현이겠지만 국편 내부적으로 그렇게 뜻을 모았다면 어떡하겠나"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 교수는 집필기준안에서 '4.19 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을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48년 5월10일 남한에서 치른 선거를 예로 들며 "그 당시 보통ㆍ평등ㆍ비밀ㆍ직접선거가 실시됐고 세계사적으로 볼 때 이런 자유선거가 치러진 나라가 없었다"며 "이것도 자유민주적 발전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재'라는 용어가 추가된 데 대해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들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승만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독재체제와 구분할 길이 없는 만큼 통상 독재정권이 아닌 '권위주의 정부'라고 쓴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시안에서 논란이 된 세 가지 쟁점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교과부 자문기구인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가 지혜를 발휘해 좋은 방향으로 다듬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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