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운 것도 아닌데.. 학생 1명이 4시간동안 385번 욕설

유석재 기자 2011. 10. 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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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에 멍든 교실.. 중고생 4명에 소형녹음기 달아보니

교실이 욕설(辱說)투성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하 한국교총)와 EBS는 지난달 초 중·고생들의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등교 이후 점심시간까지 학생 4명의 윗옷 호주머니에 소형 녹음기를 넣게 다니게 했다. 이 학생들에겐 '신체 활동량을 조사하는 기구'라고 했다.

이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 등과 4시간 동안 주고받은 말을 녹음한 결과, 학생 1명이 내뱉은 욕설은 평균 194.3회였다. 1시간에 49번, 75초에 한 번씩 욕을 한 셈이다.

조사 대상은 중학생 2명과 고등학생 2명이었다. 중학교와 고교에서 '평범한 학생'과 '욕을 잘하는 학생'을 각각 한 명씩 추천받았다.

학생 4명 모두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구분 없이 쉴 새 없이 욕설을 섞어서 일상 대화를 했다.

고교생 A군은 385회, B군은 125회 욕설을 했고, 중학생 C군은 111회, D군은 156회였다. 시간대별로는 집에서 나와 학교 문을 들어서서부터 오전 10시까지 420회로 가장 많았으며, 10~11시대(87회)와 11~12시대(86회)에 약간 주춤했다가 점심시간인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는 184회로 다시 늘어났다.

욕설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 '×나' '×까' '×됐다' '×발' '×발놈' '×발년' 등 성적(性的)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욕설 ▲'병신' '새끼' '병신새끼' '돼지새끼' '잡새끼' '미친년' 등 상대방을 비하하는 욕설 ▲'닥쳐' '뒤져' '처맞을래' '눈깔아' 등 상대방을 위협하는 욕설이 많았다.

▲'아가리' '모가지' 등 신체 일부를 비하하는 욕설 ▲'쩐다(어떤 상황이 매우 대단하다)' '엠창(상대방의 엄마를 창녀라고 욕하는 말)' '야려(째려봐)' 같은 저속한 신조어도 많이 나왔다.

이재곤 한국교총 교권팀장은 "실험이 진행되는 도중에 학생들이 다른 학생과 싸움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학생들이 일상적인 대화에서 습관적으로 욕을 섞어 쓰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평소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학생들 입에서도 스스럼없이 욕이 나오고 있는 것도 심각한 현상이다.

교사들은 "이제는 문제 학생뿐 아니라 모범생까지도 욕을 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한다.

대구의 중학교 교사 김모(33)씨는 최근 2학년 여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애한테 친구가 문자를 보냈는데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얘기였다. 학부모로부터 전달받은 문자를 본 김씨도 기겁했다. '×발×아' '×나 깝쳐대는데 죽여버린다' 같은 욕설로 가득했던 것이다. 김씨는 "문자를 보낸 학생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아이인데 그런 문자를 보내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본지가 최근 한국교총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초·중·고생 응답자의 65.6%가 '매일 욕을 한다'고 응답했다. '하루에 자주 또는 습관적으로 욕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9.1%였다. 학생 중 3분의 2 정도가 욕설 문화에 젖어 있는 셈이지만, 본인이 의식하지 않고 쓰는 욕설까지 고려하면 이 수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욕설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52%가 '습관적으로', 23.2%가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하니까'라고 했다.

욕설이 학생들의 습관이 돼버린 것은 오랫동안 입시 위주 교육이 이뤄지는 동안 학생들이 인터넷·영화 등에 나오는 욕설 문화에 방치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키워드]

청소년 욕설 문화

욕 등급

언어폭력

  • "아~ 내가 쓴 욕이 이런 뜻… 알고나니 못 말하겠어요"
  • "언어모델 두 축인 학교·가정교육 무너진 탓"
  • 교사 80% "학생들에게 욕설 들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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