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들은 왜 옆집딸보다 공부를 못할까-上

강훈상 2011. 9. 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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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음란물·스포츠에 빠지는 남학생들

갈수록 여학생과 격차..부모들 "아들 가진 죄"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노는지 모르겠어요."

서울의 남녀공학 D중학교 3학년 한정원(15)양은 "요즘 남학생들은 어떠냐"라는 질문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한 양은 "상위권의 극소수 남학생은 무섭게 공부를 하지만 대부분은 PC방에 몰려가서 게임이나 하고 앞날에 대한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다"며 "여학생은 남학생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양은 "여자 친구들끼리 모이면 장래 계획이나 성공에 대해 수다를 떠는데 남자애들은 공부 얘기하는 것을 거의 못봤다"고 했다. "한마디로 철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권혜연(43)씨는 "지금은 남자 중학교에 다니는 데 내년에 남녀 공학 고등학교에 배정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했다.

권 씨는 "일반고에 진학할 예정인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은 남녀공학 고교에 혹시 다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여학생과 내신 경쟁에서 남학생은 경쟁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학생이 부진한 것은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이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과거보다 남학생들이 전반적으로 학업을 소홀히 한다는 게 권 씨의 생각이다.

주부 심윤영(44)씨는 얼마 전 고교 1학년인 아들 방에 있는 컴퓨터를 보다가 포르노 동영상이 저장된 것을 발견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을 두고 아들과 다툼이 잦아지던 터에 사춘기를 겪는 아들이 음란물까지 접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를 무작정 나무라면 혹시 아들이 빗나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심 씨는 "우리 아들만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점점 공부를 멀리하고 게임만 하고 인터넷으로 음란물까지 보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심 씨는 또 "형식적이나마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성인 사이트는 그렇다 치고 TV나 포털사이트에 버젓이 나오는 걸 그룹, 여자 연예인은 왜 이렇게 너도나도 벗고 나오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성에 민감한 시기의 남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고 했다.

7월 말 서울 강남의 한 남자 중학교에선 학부모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교 학생회 간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지방의 콘도에 간부수련회를 갔는데 반장과 부반장 등 중학교 2학년 남학생 3명이 방문을 걸어잠근 채 '동성애 음란물'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던 것.

이 장면이 학생들 사이에서 일부 유출된 것을 학부모들이 발견했지만 외부로 나쁜 소문이 날까 봐 문제는 삼지 않았다.

방학이 바로 이어져 학교에서도 이 일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처음엔 화면에 나온 아이들이 우등생이어서 '애들끼리 장난이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며 "남학생들의 성 관념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막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3 딸과 고1 아들을 둔 정선경(49)씨는 "아들과 딸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고 털어놨다.

정 씨는 "딸은 공부나 학교생활에서 자기가 알아서 진로를 결정하고 야무지게 공부해서 별다르게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딴 판"이라며 "아무 대책 없이 친구들과 노는 데만 열중해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들은 마냥 철모르는 어린애 같다"며 "아들 친구의 엄마를 만나보면 '아들 가진 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도 대부분 남학생이다.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는 해에 아들이 수험생이면 입시에 불리하다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형편이다.

학업성적 외에도 남학생의 '위축' 현상은 뚜렷하다.

서울 C고교는 전교생 1천400여명 가운데 여학생이 500명 정도로 남학생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전교회장은 2학년 여학생이 당선됐다.

이 학교에 다니는 2학년 서미진(17) 양은 "보통 전교회장은 남녀가 러닝메이트로 나오는데 여학생이 주도적이고 남학생은 나 몰라라 한다"며 "4∼5명씩 조를 짜서 보고서를 쓰는 수행평가에서도 남학생은 뒤로 빠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서 양은 남학생들을 "무임승차 승객 같다"고 꼬집었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임원은 "남자 지원자에게 토론해보라고 하면 거의 단답형인데다 사용하는 어휘도 매우 초보적인데 여성은 자신의 생각을 똑똑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남학생들이 갑자기 바보가 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hskang@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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