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외고 30개교 분석_의대 가려고 外高 가는 학생 점점 많아져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2011. 4. 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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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거의 절반이 자연계 과목 택한 학교도일부학교, 이과반 편법 운영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의대 등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경기지역 일부 외고에서는 지난해 고3 수험생의 40% 이상이 수능시험에서 자연계 선택 과목에 응시했다. 이에 따라 당초 외국어 영재나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외고 설립 목적과 달리 '외고가 의대를 가기 위한 수능 실력을 키우는 학교'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6일 '2011학년도 고교별 수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외국어고 졸업생 중 12.5%가 수리탐구Ⅱ(사회·과학)영역에서 사회 과목 대신 과학 과목을 선택했다. 수리탐구Ⅰ(수학) 영역에서도 외고생의 12.2%는 학교에서 배운 '수리 나' 영역이 아닌 자연계 학생들이 배우는 '수리 가' 영역을 선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소재 외국어고 재학생들의 '수리 가' 영역, 과학탐구 선택비율이 각각 23.9%와 24.0%로 가장 높았다. 그 중 안양외고와 고양외고는 고3 수험생의 49.6%와 45.9%가 과학탐구 선택 과목에 응시했다.

올해 외고 졸업생들이 외국어고 입시를 치르던 2007년 당시 교육 당국은 '외국어고 졸업생들은 동일계열(어문계열) 진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외국어고에서는 자연계 교과목을 정규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침이 먹히지 않으면서 정부의 외고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본지 조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외고를 졸업하고 올해 수도권의 한 의대에 입학한 외고 졸업생 A씨(20)는 "중학교 3학년 때 외고에서도 '이과반'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의대 진학에 유리할 것 같아 외고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외국어고에서는 정규 교과 과정에 물리·화학 등 과학 선택 과목이나 자연계 수학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공계 지망 학생들이 외국어고에 들어간 이유는 자연계 과정이 있는 일반고보다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외고 진학이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외고들이 홈페이지 등에 공시한 진학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일부 외국어고의 의치대·한의대 진학 실적은 자연계열을 운영하는 일반계 고교보다 월등했다. 경기도 안양외고는 졸업생 53명을 의대·한의대에 입학시켰고, 경기도 고양외고와 경기외고 역시 각각 28명과 23명을 의·치·한의대에 합격시켰다고 발표했다.

일부 외국어고는 교육 당국이 금지한 '이과반'을 편법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중3 학부모는 "지난해 외고 입시 설명회를 갔더니 아예 '우리 학교는 의대에 많이 진학한다'며 이과반 운영을 대놓고 홍보했다"고 말했다.

입시 정보기관 하늘교육의 임성호 이사는 "아직 성장기에 있는 고등학생들은 희망 진로가 수시로 바뀌다 보니 외국어고에 입학하고 나서 대학 입시는 자연계열로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학생들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어고등학교

1984년부터 어학 영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특수 목적 고등학교. 1992년 3월 구(舊) 교육법(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서 설립 목적을 '어학 영재 양성'으로 규정했으며, 지난해 6월 말 법 개정에서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으로 목적을 바꿨다. 2009년에는 33개교에 달했다가 지난해 한국외대 부속 용인외고가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는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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