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tory] "책은 상징의 세계.. 적어도 5세까지는 그냥 놀게 하세요"

2011. 4. 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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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책도 읽히지 말고, 문자도 가르치지 마세요. 그냥 놀게 하세요. 적어도 5세까지는, 하나님이 그거 하라고 한 나이입니다. 지금 우리 엄마들이 하는 독서교육은 아이 발달 과정에 완전히 역행하는 거예요."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에게 최근의 과잉 독서 붐에 대해 묻자 "너무 심각하다. 미칠 노릇"이라고 탄식부터 했다. 그는 "유아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은 돈 들여 아이를 망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_부모들은 독서가 조기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기 교육, 사교육을 안 하기 위한 대안이라고까지 말한다.

"조기 교육 바람이 휘몰아친 게 외환 위기 이후인 2000년 무렵부터다. 처음엔 영어 비디오로 시작해 몇 년 후엔 한글과 수학, 그 다음엔 한문, 그리고 최근엔 독서로 넘어왔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조기 교육의 종류나 도구만 바뀔 뿐 똑같다. 일찍 가르치면 똑똑해질거라는 믿음에 잘못된 학습을 시키는 거다."

_조기 독서가 왜 문제가 되나.

"독서란 아이들이 글이나 그림을 통해 추상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다. 장난감 만지는 것과 책을 보는 것의 제일 큰 차이는 장난감은 실체인 반면 책은 실체의 상징, 즉 심볼을 다룬다는 점이다. 따라서 머리 속에서 심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나이가 언제인가가 중요한데, 최소 세 돌은 넘어야 한다."

_그 전에는 독서가 불가능한가.

"심볼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게 돌부터다. 이때의 심볼은 말이 심볼이지 아주 단순한 것이다. 두 돌이 지나면 인형놀이 정도를 슬슬 시작할 수 있고, 적어도 세 돌이 돼야 자기 상상을 얹을 수 있다. 더구나 글을 보고 제대로 독서를 하는 것은 초등학교 2, 3학년부터다. 이것도 빠른 여자 아이들 얘기다. 의외로 글을 통해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기는 굉장히 늦게 찾아 온다."

_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 커서도 똑똑하다는 얘기가 상식처럼 됐는데.

"최근 몇몇 연구도 있었지만 그것은 독서의 효과라기보다는 부모가 그만큼 자녀한테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신경 쓴 덕분에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것을 '책을 읽어줘서 머리가 좋아졌다'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_책을 읽히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책을 뺏으면 울고불며 난리치는 아이들도 많다.

"그게 병이 시작된 거다. 두 가지 부류인데, 어릴 때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혀서 생긴 집착증이거나 아니면 아이 인생에 그것 외에 재미있는 게 없는 거다. 둘 다 가슴 아픈 일이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야 하는 초등 2, 3학년 이전 아이들이 책에 집착하면 그건 뭔가에 대한 증상이다."

_조기 독서로 유사자폐가 되기도 하나.

"만 3세까지 발달하는 뇌 부위는 감정조절, 충동억제, 교감, 공감 등을 담당하는 변연계다. 요즘 책 좀 읽는다는 아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읽기 시작하던데, 이때부터 독서를 과다하게 하면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상당히 부족해진다. 아이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감정이 통해야 하는 시기에 책이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내가 통한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되면 사회성 발달이 저해되고, 사회인지가 떨어진다. 나중에는 쌍방의 의사소통이 안 되고, 쓸데없는 거나 외우려고 한다. 정서를 조절하는 뇌가 자극을 받지 못해 제대로 못 큰 탓에 자폐와 비슷한 유사자폐가 된다."

_유사자폐는 치료가 가능한가.

"시기에 따라 너무 다르다. 서너 살때 오면 거의 100% 제대로 만들어진다. 여섯살 때 오면 언어가 많이 뒤처져 있게 된다. 초등학교 때 오면 (치료에)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_어떻게 해야 아이를 똑똑하게 키울 수 있나.

"3세 이전에는 가급적 아기의 창의성을 죽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미 만들어진 자극(ready-made stimulus)은 안 주는 것이 좋다. 끈, 냄비, 풀만 줘도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내 큰 아이는 문자교육 안 시키는 보육기관에서 나무에 물이나 주며 자랐고, 둘째는 문자교육 하는 일반 유치원에 보냈다. 세 돌 때 버스가 지나가면 큰 아이는 '엄마 보라색 버스는 보라색 차고로 가네' 그랬다. 스스로 분류하고 모으고 다 했던 거다. 반면 훨씬 똑똑했던 둘째 아이는 '한일교통' 이러고 끝이었다. '글자 말고 다른 건 안 보여? 무슨 색이지?'하고 물어야 다른 걸 봤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원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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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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