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 서러운 '학교 밖' 아이들
왕따·공교에 적응못해 지난해 수만명 학교떠나홈스쿨링 매달려보지만, 정부지원 없어 비용 부담…장삿속 사교육업체 판쳐
[세계일보]
공교육 울타리를 벗어나 집에서 아이를 교육하는 '홈스쿨링'(home schooling) 가정이 늘었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교육의 사각지대'로 방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살 때 소아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은 뒤 머리카락이 빠진 은정(11·여·초등5년·가명)이는 학교에서 '왕따'다. 또래들은 겉모습이 다른 은정이를 '유령' 취급한다. 상대해주지도 않는다. 안쓰러운 딸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엄마 이모(44)씨는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사는 딸이 중학교 이후 사춘기를 견뎌낼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라도 잘 하면 왕따 당하지 않을까 열심히 공부시켰지만 이제 학교를 그만둬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튕겨 나온 수만명의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오로지 부모에 의지해야 하는 그들은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2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업 중단자는 6만1910명에 달했다. 2008년 7만3494명, 2009년 7만1769명보다 줄어든 수치이기는 하다. 이들 중에는 해외유학을 떠난 아이도 많다. 그러나 많은 수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안학교에라도 가지 않는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 오로지 부모에 의지해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른바 '홈스쿨링(home schooling)'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거는 아이들이다. 이런 처지에 놓인 아이들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에 대한 실태는 제대로 파악 되지 않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학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아이들을 학교로 등떠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경남 김해의 박모(41·여)씨. 초등학교 2, 4학년의 두 아이를 둔 그녀도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유달리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는 "학교에 보내기 싫지만 지방이니 홈스쿨링을 시키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도움은 고사하고 고통 받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삿속이 판을 치니 학부모와 아이들의 고통은 더 커진다.
홈스쿨링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전무한 틈을 사교육 업체들이 파고들고 있다. 과외 업체인 A사는 '홈스쿨링 전문'을 내세우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학습지업체 B사는 최근 개발한 학습지를 '홈스쿨링 전용'으로 포장했다. 유아용 영어교재와 교구를 파는 C사도 40만원짜리 신제품을 내놓으며 "홈스쿨링에 효과적"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안모(38·여)씨는 아들(9)의 교육을 위해 홈스쿨링을 택했는데, 수학 같은 주요 과목 학습지와 태권도 학원, 공연과 전시회 관람 등 홈스쿨링 비용으로 매달 100만원 가량을 쓰고 있다. 효과에 대해 그는 이같이 말을 했다. "효과요? 어떻게든 아이의 장래를 열어줘야 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것이지요."
학교 이탈자를 제도권 안으로 보듬는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국회에 2009년 '홈스쿨링 지원을 위한 중앙·지역대안교육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을 골자로 한 '대안교육기관 등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으나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김명신 서울시의회 교육상임위원회 의원은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자는 취지의 홈스쿨링이 정부 외면으로 사교육업체들의 장삿속에 이용된다"며 "홈스쿨링 가정도 납세 등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만큼 이들의 다양한 교육 욕구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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