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반대서명" 교사들에 불법 단체공람

2011. 3.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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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사립학교 행정실장협, 업무 관리시스템 악용

초·중·고교 34곳에 메일 보내…"주민투표법 위반"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지난달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청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사립 초·중·고 행정실장협의회가 '학교 업무관리시스템'의 공람 전자우편을 통해 조직적으로 불법적인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15일 입수한 학교 업무관리시스템의 전자우편 내용을 보면, 서울 ㅅ초 행정실 직원 배아무개씨는 지난 5일 '전면 무상급식 반대'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사진)을 서울시교육청 산하 중부교육지원청 관내의 모든 사립학교(초교 6곳, 중학교 16곳, 고등학교 12곳)로 일괄 발송했다. 전자우편에는 '서명을 정자로 쓰고, 주민등록번호를 꼭 기재하며, 주소란에는 지번까지 기재하라. 기입해주신 개인정보는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에만 사용된다'고 적혀 있었다. 또 '학교당 20명 이상 작성해 7일 열리는 중부지역 모임 때 제출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학교 업무처리를 위한 공적 시스템을 통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서명을 요구해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배씨는 행정실장협의회의 중부지역 간사를 맡고 있는 ㅅ초 신아무개 행정실장의 지시를 받고 전자우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신 실장은 협의회 회장 등 간부들의 요청을 받고 배씨에게 전자우편 발송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씨는 "무상급식 반대에 대한 아무런 의식 없이 신 실장이 '협의회의 지시사항이니 전자우편을 발송하라'고 해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신 실장도 "협의회 차원에서 요청을 해와 전자우편을 발송하라고 했을 뿐, 교사들에게 전달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현행 주민투표법을 보면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및 그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자가 아닌 자는 서명을 요청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배씨와 신 실장은 14일 현재 서울시 행정과에 등록된 서명요청권 위임자 1만8000여명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서울시 행정과 관계자는 "위임 신고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서명운동을 하면 명백한 주민투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관계자는 "중부교육지원청에 속한 지역 가운데 중구는 4·27 재보선에서 구청장 선거가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법에 따라 선거일 60일 전인 지난달 28일 이후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서명 요청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 회장인 서울 ㄷ고 박아무개 행정실장은 "나는 서명운동과 관련해 위임 신고증을 받은 적이 없으며, 우리 협의회는 정치적인 일에 간여하지 않기 때문에 신 실장에게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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